벨기에 연구팀, 다이아몬드 제조 신기술 개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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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6면

다이아몬드가 비싼 것은 보석이기 때문 만은 아니다. 현대 산업에서 다이아몬드는 소량이지만 없어서는 안되는 '양념' 같은 물질이다.

유정(油井)굴착용으로 이용되는 드릴은 물론, 비디오의 헤드까지 다이아몬드는 두루 이용되고 있다. 다이아몬드만큼 단단해 마찰을 견딜 만한 것이 지구상에는 없기 때문이다.

이런 다이아몬드를 화학자들이 일찌기 연금술의 대상으로 삼은 것은 당연하다. 특히 다이아몬드가 연필심으로 쓰이는 흑연과 똑같은 물질(탄소)로 이뤄졌다는 점 때문에 화학자들은 확신을 갖고 다이아몬드 제조에 매달렸다.

최근 벨기에의 루뱅카톨릭대학 장 샤를리에 박사팀은 다이아몬드를 좀 더 빠르고 손쉽게 만들 수 있는 기술법을 미 과학전문지 네이처 최근호에 발표했다.

이 다이아몬드 제조법은 사상 3번째로 개발된 것. "그라파이트 막대를 높은 온도로 가열하면 이들이 증발하면서 다이아몬드 결정으로 변하지요. " 샤를리에박사는 이런 결정들이 자라면서 더욱 커지게끔 조건을 맞추는 것이 새 기술의 노하우라고 소개했다. 탄소를 주원료로 만들어지는 그라파이트는 테니스채나 골프채에 흔히 사용되는 소재다.

새 기술은 60년대 개발된 다이아몬드 제조법과 약간 닮았다. 당시 미국과 구소련에서 동시에 개발됐던 다이아몬드 제조법은 일산화탄소나 메탄가스처럼 탄소가 많이 함유된 가스에서 얇은 필름형태로 다이아몬드를 빼내는 것이었다.

새 기술은 또 인류 최초의 인조 다이아몬드 제조법과도 맥이 닿아있다. 미국의 GE사가 54년 인조 다이아몬드를 만들어내면서 사용한 원료가 바로 그라파이트였던 것. 이 최초의 기술은 천연 다이아몬드가 생성되는 과정을 재현한 것으로 제조공정에서 적지않은 사상자를 냈다.

천연 다이아몬드는 땅속의 흑연이 고온에서 초고압으로 눌릴 때 생긴다. 이에 따라 인위적으로 그리파이트에 수백기압을 걸어주자 용기가 터지는 사고가 발생해 사망자를 냈던 것.

연구팀은 "새 기술은 저압에서 다이아몬드를 만들기 때문에 안전하다" 며 상용화의 새 바람을 예고했다. 현재 인조 다이아몬드는 매년 수십 톤씩 소모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창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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