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만난 성숙한 보컬…'러브홀릭' 2집 앨범 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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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4면

▶ 왼쪽부터 러브홀릭의 이재학·지선·강현민.

세상엔 여러 종류의 중독이 있다. 사랑도 그 중 하나. 그러나 러브홀릭은 알코올이나 약물 중독과 달리 질환으로 분류하지는 않는다. 사랑에 빠지기야 쉬워도 그 중독성이 오래 지속되기는 어려운 일이기 때문이다. 특정 음악에 중독되는 것도 비슷하다. 빠져들기 쉬운 만큼 질리기도 쉬우니 말이다. 그래도 사랑에 빠지는 것보다는 음악에 중독되는 게 더 쉬운 일 아닐까. 혼자 좋아해도 충분하고, 위험하지 않으니까. 이름값을 하며 많은 젊은이를 중독시켰던 그룹 '러브홀릭'이 1년4개월 만에 2집을 들고 돌아왔다. 다시 한번 그들의 음악에 중독되라고.

'러브홀릭'의 1집 타이틀곡이었던 '러브홀릭'은 올 초 열린 제1회 한국대중음악상 시상식에서 '올해의 노래'로 선정됐었다. 한국대중음악상은 가수가 얼마나 인기를 얻었느냐는 양적 측면보다는 음악의 질적 수준에 초점을 맞춘 대안적 시상식이었다. 러브홀릭이 그렇다고 대중성과 거리가 먼 그룹은 아니다. 그룹 '일기예보' 시절부터 인기를 얻은 리더 강현민(35.기타-건반)은 물론 베이시스트 이재학(32)도 여러 가수에게 수많은 히트곡을 지어준 작곡가다.

강씨는 "대중이 정말 좋아할 노래를 만드는 방법은 안다. 그러나 막상 그런 곡에는 별로 애정이 안 간다"고 말한다.

"막상 제가 만들었어도 대중적인 곡은 녹음하다 보면 질리거든요. 오래 들어도 마음에 남는, 생명력과 깊이가 있는 곡이 좋아요."

강씨는 러브홀릭의 2집 중에도 '녹음하다 질린' 대중적인 곡이 몇 있다고 고백한다. 그러나 타이틀곡 'Sky' 하나만 반복해 듣지 않고 앨범을 순서대로 틀어놓아도 그다지 거슬리지 않는다. 러브홀릭의 음악은 대중성과 작품성 사이에서 교묘하게 균형을 잡으며 줄타기를 하고 있는 듯하다. 보컬 지선(25)의 목소리는 1집 시절보다 성숙한 기운을 내뿜는다. 솜사탕같이 달콤하고 가벼운 목소리에 살짝 끈적이는 느낌을 덧입혔다. 1집과는 조금 다른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기 때문이라고. 마침 막 시작된 가을 날씨와 딱 어울린다.

"남의 행복은 많이 알아보지만 정작 자신이 행복하다고 말하는 사람은 별로 없잖아요. 누구에게나 자기 몫의 즐거움과 행복이 있을 텐데 그걸 잘 못 찾는 것 같아요. 우리 음악이 그런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을 찾아낼 수 있는 촉매가 됐으면 해요."

그래서 러브홀릭은 2집 앨범을 '인비저블 싱(Invisible Thing)'이라고 이름붙였다.

이경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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