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스전용차로 운영 엉망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5면

서울시가 96년 5월부터 본격 도입한 버스전용차로제가 정착단계에 접어들었으나 여전히 운영상 적잖은 문제를 드러내고 있다.

단속카메라 관리를 제대로 안해 단속시간(평일 오전 6시~오후 9시, 토요일은 오후 3시까지)이 아닌 시간에 운행한 차량이 적발되거나 전용차선을 현실에 맞지 않게 그어 불필요한 민원을 유발하기도 한다.

◇ 엉뚱한 차량 단속〓시민 K씨는 지난 7월 13일 오후 10시를 넘은 시각에 대방로를 따라 시흥쪽으로 차를 몰았다가 황당한 일을 당했다. 서울시로부터 "전용차로 통행규정을 위반했다" 는 통보서를 받았기 때문이다.

K씨는 즉각 이의를 제기했고 서울시는 감시카메라의 전원 이상으로 카메라에 입력된 시간에 착오가 생긴 것을 확인했다.

이 구간에서 잘못된 적발을 당한 사례는 같은 달 12~16일간 모두 25건에 달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는 지난 2월부터 서울시내 단속카메라 25대가 필름을 직접 수거하는 수동식에서 모두 온라인 방식으로 바뀌면서 카메라의 이상유무를 제때 확인하지 않아서 생긴 것이다.

지난 8월 23일엔 출근시간에 시내방향 수색로가 공사 때문에 1차로의 통행이 불가능했었다. 이날 전용차로를 이용한 상당수 차량이 위반으로 단속됐다가 뒤늦게 구제됐다. 공사 부서와 사전에 업무협의가 원활하지 못했던 탓이다.

◇ 과태료 안내고 버티면 된다□〓서울시와 25개 구청의 과태료 부과.징수는 느슨하기만 하다. 올들어 지난 6월까지 전용차로 위반차량은 모두 21만5천여건. 부과된 과태료만 1백67억여원에 달한다. 하지만 실제 징수는 17만3천여건에 87억여원 뿐이었다. 징수율은 52%. 안내고 버티면 그만이라는 인식이 시민들사이에 팽배해 있다는 얘기다.

시 관계자는 "벌금과 달리 과태료는 내지 않아도 가산금이 붙지않아 시민들의 협조가 부족한 데다 건당 금액이 크지 않아(압류 등)채권확보도 쉽지않다" 며 볼멘소리를 하고 있?

◇ 선 잘못 그어 민원 유발〓전용차로를 현실에 맞지 않게 설정해 위반을 조장하고 있다는 지적도 많다. 서울에는 현재 61개 구간에 2백25㎞의 전용차로가 설치돼 있다.

이중 ▶영동대로(삼성역~휘문고네거리)▶남부순환로(봉천네거리~낙성대)▶사평로(삼호가든네거리~경부고속도로)등 30여곳은 진.출입이 허용된 청색점선 구간이 지나치게 짧거나 점선과 실선이 자주 반복돼 불합리하다는 지적이 많다.

이에대해 서울시 교통위반 단속반 관계자는 "민원이 자주 제기되는 문제 구간 중 10곳은 이미 차선조정을 마쳤다" 며 "나머지도 전일제를 시간제로 변경하거나 일부는 폐지도 검토하고 있다" 고 설명했다.

장세정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