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 ‘마우스 권력’이 바꾼 세상을 들여다보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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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디지털이 대세입니다. 아니, 생활 그 자체가 됐습니다. 우리 주변의 거의 모든 것이, 0과 1로 치환되는 디지털의 영향을 받고 있습니다. 다양한 전자제품만이 아닙니다. 정치 변혁이나 경제 패러다임의 전환 이면에도 디지털이 작용합니다. 나아가 디지털 식 사고방식과 삶에 익숙한 신세대가 등장한답니다. 이들 ‘넷세대’를 비롯해, 도도한 디지털 물결이 어디로 어떻게 흘러가는지 분석한 책들을 모았습니다.


디지털 세상이 도래하면서 당연히 그 의미와 영향을 논의하는 책이 쏟아졌다. 그 중 놓치기 아까운 것이 지난해 번역출간된 『끌리고 쏠리고 들끓다』(클레이 서키 지음, 송연석 옮김, 갤리온, 344쪽, 1만5000원)이다. 미국 뉴욕대학교 교수가 인터넷·e-메일· 블로그· 메신저 등 ‘새로운 도구’가 현대사회를 어떻게 변화시키고 있는지 한 눈에 보여준다.

그는 디지털 사회는 ‘조직 비용 제로 사회’라 지적한다. 뉴 미디어 덕분에 조직의 구성 유지에 거의 비용이 들지 않는다는 뜻인데 이때문에 현대사회에 큰 변화를 가져왔다. 뜻을 같이 하는 이들이 시간과 공간의 제약을 받지 않고 집단행동이 가능해졌기 때문이다. 지난해 우리 사회를 달궜던 촛불시위도 인터넷과 블로그 덕에 확산됐다는 점에서 수긍이 가는 설명이다.

지은이는 이같은 ‘조직 없는 조직력’을 혁명이라 규정하며 위키피디아에서 벨로루시의 반정부 시위까지 다양한 사례를 제시한다. 다만 손해 보는 사람이 없다면 혁명이라 할 수 없다면서도 개인 차원의 적응 방안은 추상적으로만 보여준다는 점은 아쉽다.

이 책이 큰 흐름을 다뤘다면 『뉴캐피털리즘』(리처드 세넷 지음, 유병선 옮김, 위즈덤하우스, 243쪽, 1만3000원)은 조직의 변모에 초점을 맞췄다. 지은이는 토니 블레어 전 총리의 ‘지적 조언자’로도 유명한 런던정경대(LSE) 사회학 교수.

그는 21세기 경제 변화를 ‘MP3형 조직’으로 요약한다. 듣고 싶은 노래와 순서를 원하는 대로 바꿀 수 있는 MP3플레이어처럼 “헤쳐 모여”를 반복하는 ‘유연성’이 뛰어난 조직이 대세를 이룬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개인은 “이리저리 옮겨다니며 일을 잘 처리하는 능력” “모르는 팀원들과 일을 잘 할 수 있는 능력”으로 평가받게 되었다고 한다. 이에 따라 대부분의 조직인이 무력감을 느끼게 되어 결국은 월마트 매장에서 물건을 고르듯 외양만 다른 정치를 소비하는 ‘월마트 식 정치’를 낳게 된다고 꼬집는다.

능동적 소비자인 ‘프로슈머’의 대두를 전망하는 일반론과 배치되는 분석인데 이에 관해선 미국의 컴퓨터공학 교수인 요제프 바이첸바움의 『이성의 섬』(모명숙 옮김, 양문, 252쪽, 1만2500원)을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 그는 “인터넷 정보라는 게 텔레비전 화면과 거의 다를 바 없는 엄청난 쓰레기”라고 주장한다. 과학도답지 않게 과학기술의 모든 성과물은 사회적 상황에 의해 가치가 결정된다고 주장하며 비판적 사유와 이성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디지털이 가져온 변화, 특히 집단지성을 불편하게 여기는 이들에게 버팀목이 될 책이다.

김성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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