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근안씨 도피지시·자금지원한 박처원 前치안감 조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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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고문기술자' 이근안(李根安.61)전 경감의 비호세력을 수사 중인 서울지검 강력부(文孝男부장검사)는 15일 박처원(朴處源.72.전 치안본부 5차장)전 치안감이 李씨의 도피를 지시하고 1천5백만원을 지원한 사실을 밝혀내고 이날 오후 서울 성동구 옥수동 朴전치안감 자택에 수사팀을 보내 방문조사했다.

그러나 朴전치안감은 이날 조사에서 혐의 사실을 완강히 부인했다.

검찰은 李씨와 李씨 부인.동료 경찰들을 조사해 朴전치안감이 개입한 혐의를 잡았으며, 범인 은닉 혐의로 사법처리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방문조사를 맡은 김민재(金敏宰)부부장검사는 "朴전치안감이 뇌경색.고혈압.당뇨로 인해 휠체어에 의지, 수사진의 말을 잘 알아듣지 못할 정도로 중병을 앓고 있다" 고 말했다.

검찰은 건강이 악화된 박 전 치안감에 대해 16일 병원에서 건강검진을 받게한 뒤 금명간 2차 방문조사를 하기로 했다.

검찰은 이근안씨가 "김근태 (국민회의 부총재)전 민청련 의장에 대한 수사가 진행되는 도중에 朴전치안감의 지시를 받고 수사팀에 합류, 고문을 담당했다" 고 진술함에 따라 고문 배후에 경찰 고위층의 조직적인 개입이 있었는지를 밝히는 데 수사력을 모으고 있다.

검찰에 따르면 朴전치안감은 88년 12월 24일 오후 6시쯤 당시 치안본부 대공수사1단 소속 김수현(金秀顯.66).백남은(白南殷.64)전 경감과 함께 수원시 경기도경 대공분실 부근에서 만나 도피를 지시했다.

朴전치안감은 김근태씨 고문사건으로 수배 중인 李씨가 검찰에 출두하려고 한다는 소식을 듣고 이날 李씨를 만나 "金씨 재정신청 사건에 너까지 개입되면 곤란하다.

일단 피하는 게 좋겠다" 고 설득했으며 李씨는 "가족을 부탁한다" 는 말을 남기고 잠적했다는 것이다.

朴전치안감은 李씨가 도피생활을 하던 중에도 편지를 주고받으며 접촉을 계속했다.

李씨는 95년 부인을 朴전치안감의 자택에 보내 '공소시효' 등을 물었으며 97년 12월엔 경제적 어려움을 호소, 1천5백만원을 받았다.

또 동료인 김수현 전 경감도 92년 李씨가 은거 중인 서울 동대문구 용두동 자택에 찾아가 李씨를 만난 것으로 드러났다.

최현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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