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공군 창군 60주년-②] 전작권 환수 후에도 전력공백 없어

중앙일보

입력

전작권 환수 후에도 전력공백 없어…

이계훈 공군참모총장 단독인터뷰 #북한 탄도미사일 대응체계도 완벽하게

- 월간중앙 염려되는 부분이 있습니다. 우선 ‘국방개혁 2020’의 수정으로 공중급유기 및 중·고고도 UAV 도입사업이 연기됐습니다. 여러 군사전문가들은 북한의 ‘제2차 핵실험’ 등 급변하는 한반도 상황 및 세계 전장 환경을 고려할 때 부적절한 결정이라고 입을 모읍니다.

“분명 공중급유기와 중·고고도 UAV는 항공전력을 효율적으로 운영하기 위해 대단히 중요한 전력입니다. 공중급유기는 전투기 등의 체공시간을 늘리고 적지에서의 작전을 지원해 전력 운용 능력을 배가시킬 수 있습니다. 또 중·고고도 UAV 확보는 핵과 중·장거리 탄도미사일 등 비대칭무기를 보유한 북한의 군사동향을 파악하는 중요 기반이 될 수 있죠.

하지만 말씀하셨듯 두 전력을 확보하는 계획은 국가 재정 상황에 따라 불가피하게 순연된 점이 있습니다. 솔직히 참모총장의 입장에서는 가능한 한 이런 첨단 무기를 빨리 보유하고 싶은 것이 인지상정 아니겠습니까? 그러나 각 사업이 1년 정도 늦춰진 것이기 때문에 낙담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더욱 강력한 훈련을 통해 조종사의 능력을 끌어올리고, 현존 무기체계로 어떻게 하면 최대한의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지 연구해 전력공백을 보완할 것입니다.”

-공군은 현재 패트리어트(PAC)급 무기체계를 도입하는 차기유도무기(SAM-X)사업도 진행 중입니다. 그러나 우리 공군이 도입한 PAC 전력으로는 유사시 북한의 탄도미사일 공격을 방어하기 힘들다는 견해가 있습니다.

“북한은 과거부터 탄도미사일 개발에 주력해 이미 스커드·노동미사일을 실전배치했고, 지금도 미국 본토까지 도달 가능한 탄도미사일을 개발 중인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이는 우리나라뿐 아니라 일본·미국까지도 심각한 위협으로 인식하고 있죠. 이에 대비하기 위해 공군은 지난해 11월 PAC을 도입해 현재 전력화 중입니다.

그러나 현재 보유 중인 ‘PAC-3 파편형’은 탄도미사일 방어에는 일부 제한적인 면이 있습니다. 대기권 내 하층방어만 가능하며 수적으로도 제한돼 있죠.

그래서 우리 공군은 북한의 탄도미사일 위협에 대응하고자 우선적으로 조기경보 및 작전통제가 가능하도록 2012년까지 탄도탄조기경보레이더 및 탄도탄작전통제소(AMD-CELL)를 구축하면서, 현재 국방과학연구소(ADD)에서 개발 중인 ‘중거리 지대공유도무기(철매-2 사업)’ 중 일부를 성능 개량해 탄도미사일 대응능력을 가질 수 있도록 추진하고 있습니다.

장기적으로는 ‘L-SAM(장거리 유도무기, SAM-X 2차 사업)’ 전력을 도입해 하층방어 능력을 보강할 예정입니다. 또한 대기권 밖 상층방어 능력을 구비하기 위한 타드(THAAD·전역고고도미사일방어체제)급 전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도 노력할 것입니다.”

-도입한 지 최고 40년이 지난 F-4D/E, F-5E/F를 여전히 운용해 전력 노후화가 심각하다는 말도 들립니다. 국민의정부 시절 처음 제기됐다 이후 사업 진행에 난항을 겪은 ‘한국형전투기(KF-X)개발사업’에 대한 관심도 그만큼 높아진 시점입니다.

“해당 전투기들을 상당히 오랫동안 사용한 것은 맞습니다. 그러나 공군은 이들 전투기를 매우 효과적이고 안정적으로 운용해 왔습니다. 그간 여러 형태로 이들 전투기의 성능을 개량하고 부품을 교체해 왔죠. 앞으로 5~10년 정도는 더 운용할 수 있다고 봅니다. KF-X 개발이 예정보다 다소 늦어지고 있지만, 국산 전투기 개발을 목표로 하는 국가 정책에 따라 반드시 추진될 것으로 봅니다.

이에 따른 국가적 자부심과 산업적 효과가 상당할 것으로 생각합니다. 공군 내에서도 KF-X 사업이 현재 계획보다 더 지연될 경우 전력 운용 측면에서 어려움에 처하게 될 것이라는 우려가 있습니다. 이에 대한 대책도 검토 중입니다.”

노후기 대체할 KF-X 개발사업 추진해야…

지난 7월 이 총장은 싱가포르와 독일을 방문했다. 그 자리에서 각국 공군 관계자 등을 대상으로 한국공군의 비행교육체계를 홍보하고, 이를 통한 국산 T-50 고등훈련기의 세일즈외교도 펼쳤다. 그는 왜 T-50 수출에 앞장서는 것일까?

“항공산업은 한 국가의 기술력을 가늠할 수 있는 최첨단 산업입니다. 특히 군사용 항공기를 자국 기술로 제작·운용할 수 있는 국가는 불과 몇 국뿐입니다. 이러한 측면에서 우리가 만든 기본훈련기 KT-1과 고등훈련기 T-50 등의 항공기 수출은 국가경쟁력 상승 및 한국공군의 위상 제고를 의미합니다.

이번 군사외교 때 방문국 주요 인사들에게 제가 직접 T-50 운용 경험 및 효율성을 설명했습니다. 아무래도 군사훈련 등의 교류를 통해 쌓은 양국 군 간 신뢰관계가 있다 보니 국산 항공기 수출에 유리한 여건을 마련할 계기가 될 것으로 판단합니다. 아쉽게도 아랍에미리트연합(UAE)을 대상으로 한 T-50 수출 추진이 한 차례 고배를 마신 바 있습니다만, 이미 여러 국가로부터 T-50은 ‘세계 최고의 성능을 보유한 기종’이라는 찬사를 받았습니다.

또한 한국공군이 운영하는 새 비행교육체계의 우수성도 해외에서 인정받는 만큼 현재 추진하는 수출사업에서는 반드시 성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합니다. 앞으로도 우리 공군은 국산 항공기 수출을 위해 다각적으로 지원할 것입니다.”

-공군은 베트남전에 ‘은마부대’ 파병을 시작으로 지난해 12월 철수한 이라크 ‘다이만부대’에 이르기까지 그간 여러 차례 해외파병을 했습니다. 전 세계적으로 국제 평화유지활동 등이 늘어남에 따라 이러한 행보는 더욱 늘어날 것으로 예상됩니다만….

“그렇습니다. 여러 차례 수송전력 파병 경험으로 전장에서의 단독작전 및 한·미 연합작전 능력을 확인하는 등 큰 성과를 거뒀죠. 또 지난해 중국 쓰촨(四川)성 일대에 지진 피해가 발생했을 때는 긴급구호물자를 공수한 바 있고, 지난 5월에는 필리핀에서 열린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의 국제재난대응훈련에 C-130 수송기 1대와 공군 의료진 및 119구조대가 참가해 훈련을 실시했습니다.

필리핀 훈련기간에는 태풍 ‘구자라’가 현지를 강타해 1,500여 명의 현지 피해자를 치료하는 등 실질적 재난구조 임무를 수행하기도 했죠. 이러한 국제적 요청은 지속적으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우리나라도 국제사회의 일원으로서 참여를 확대해 나가야 한다고 생각하며, 공군은 수송전력을 이용한 국제 평화유지활동에 힘쓸 것입니다.

단 현재 공군에서 보유한 수송전력의 경우 장거리 임무가 제한되는 등 아직 부족한 부분이 있어 국가 위상에 걸맞은 수송전력 확보가 뒷받침돼야 한다고 봅니다.”

공군은 타군 대비 기술병과의 구성비가 무척 높다. 그러한 차원에서 양질의 인력 충원을 위해 가장 많은 노력을 해왔다. 그 대표적 사례는 1971년 개교한 ‘공군항공과학고등학교(항공과학고·전신 공군기술고)’다. 군내 유일한 전문기술계 고등학교인 항공과학고의 입학경쟁률은 최근 5년간 평균 20대 1(모집정원 150명).

중학교 내신성적 상위 14% 이내의 우수 자원이 입학해 3년간 항공기술을 습득한 후 정비·관제·정보통신·기상 등의 특기별 부사관으로 임관한다. 각종 기능경기대회에서 전국 1·2위를 다툴 정도로 우수한 기능인을 양성하는 학교로, 9월7일 폐막한 국제기능올림픽대회에서 졸업생인 허영환 하사가 금메달(공업전자기기 종목)을 따내기도 했다.

이와 관련해 이 총장은 “항공과학고 출신의 부사관들은 업무 수행 능력이 뛰어나고, 창의 제안 등을 통해 국방예산을 절감하는 등 공군의 전투력 향상에 큰 기여를 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창군 때부터 공군은 여성인력 활용에도 큰 관심을 보였다. 1949년 2월 일본에서 비행술을 익힌 이정희를 중심으로 여자항공교육대(공군 창설 후 여자항공대)가 발족했다.

그러나 한국전쟁 발발 이후 이 맥은 한동안 끊어졌다, 1997년 공군이 3군 중 최초로 여자 사관생도를 모집하면서 그 불씨를 되살렸다. 지난해부터는 항공과학고도 여학생(모집정원 15명)을 모집한다. 공군에서 가장 중요한 인적전력은 ‘전투기 조종사(Fighter Pilot)’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터. 이 부분과 관련해 공군은 골머리를 앓는 듯했다.

비행시간이 많고 실력이 뛰어난 조종사들이 다수 퇴역해 민간 항공사(민항사)로 전직함으로써 발생하는 전투력 손실이 만만찮은 것으로 알려졌다. 3,140시간 이상의 비행기록(주기종: F-5E/F)을 보유한 이 총장 역시 고민이 많아 보였다.

조종사 ‘다수 전역’ 막기 위한 처방전 준비 중

“어느 국가나 공군 조종사는 국가 방위의 핵심전력으로서 그 가치를 인정받습니다. 평시에 조종사와 정비사를 양성하고 관리하는 것이 공군의 큰 과제이기도 하죠. 조종사는 하루아침에 길러지지 않습니다. 베테랑 조종사로 성장하는 데는 약 10년의 시간이 소요됩니다. 그 비용만 해도 어마어마하죠.

하지만 자녀교육 및 주거 여건의 열악, 여유 없는 비행생활과 지상업무 과다, 진급에 대한 불안 등의 문제에 직면한 후배 조종사들의 이탈을 무조건 막을 수도 없는 처지입니다. 이러한 조건 때문에 흔들리는 후배들을 볼 때면 개인적으로 마음이 많이 아픕니다.”

-지적하셨듯 조종사에 대한 처우 개선이 시급한 것 아닐까요?

“조종사를 위한 지원대책은 예전에도 여러 방안이 나왔습니다. 그러나 제대로 실현되지 않다 보니 신뢰를 잃은 면이 없지 않죠. 그래서 이제부터는 군 복무여건 개선 등을 위해 실질적 중·단기 처방을 내리려고 합니다.

우선 조종사의 진급률 향상을 위해 대령 정원의 추가 확보를 도모하고 있으며, 의무복무(사관학교 출신의 경우 15년) 이후 복무하는 조종사에게는 민항사와의 보수 격차 축소를 위해 ‘연장복무항공수당가산금’ 신설을 추진 중입니다. 또한 공군 가족을 위한 교육 및 주거 여건 향상을 위해 고층 아파트 건립(서울 대방동 옛 공군 관사 자리)을 진행 중입니다.

대령·장성 진급에 실패한 조종사의 미래를 위해 조종군무원직(비행 및 시뮬레이터 교관)을 확대운용하는 등 종합적 대책이 될 수 있도록 노력 중입니다. 그러나 이러한 제도적 개선보다 더욱 중요한 것은 수많은 훈련을 통해 전투 기량을 쌓아가는 조종사에 대한 국민의 사랑과 믿음이라고 생각합니다.”

-끝으로 한 가지 더 묻겠습니다. 성남·대구·광주 등 대도시 인근 비행장의 경우 지역민들이 제기하는 소음 피해 민원이 심각합니다. 공군으로서도 입장이 난처할 듯한데요.

“국가안보를 위해 우리 공군이 존재하는 것이고, 공군이 존재하기 위해서는 기지(비행장)가 필요합니다. 마찬가지로 지역민 여러분의 입장에서는 조용하게 살 권리가 있겠죠. 어떻게 조화롭게 극복할 것이냐 하는 것이 문제인데요. 소음 피해를 경감시키기 위해 공군에서는 비행고도를 높이고, 경로를 변경하고, 야간비행을 줄이는 등 종합대책을 강구 중입니다.

‘군소음특별법’이 국회에서 통과되면 더 많은 지원을 해드릴 수 있을 것 같습니다만, 예산 소요가 커 지연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공군은 군 나름대로 소음을 줄일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습니다.”

인터뷰를 마칠 즈음 주위를 둘러보았다. 참모총장 접견실 내에는 독립군을 창공으로 올린 JN-4D와 공군 최초의 도입기(機)인 L-4 축소모형이 전시돼 있었다. 벽면에는 안드로메다 성운을 촬영한 사진과 아리랑2호가 찍은 독도 위성사진이 걸려 있었다. 마치 공군의 과거 60년과 미래를 집약해 놓은 듯했다.

“ 대한민국 공군 세계적으로 우수하지만 ‘전력현대화’ 필요”

미니인터뷰 - 제프리 레밍턴 주한 미 제7공군사령관

공군은 창군 이래 지난 60년간 주한 미 공군과 공고한 연합작전 태세를 유지해 왔다. 공군작전사령부와 미 제7공군사령부가 오산에 함께 위치해 있다는 사실은 그 방증이라 할 만하다.

공군 창군 60주년을 맞아 제프리 레밍턴 제7공군사령관(중장)을 인터뷰했다. 레밍턴 사령관은 한미연합사 및 주한미군 부사령관을 겸직하고 있다. 다음은 일문일답.

-미 공군은 세계 최강의 항공우주력을 보유하고 있다. 한국공군에 조언하고 싶은 부분이 있다면?

“우선 전력현대화를 꾀해야 한다. 그래야 (양군으로 구성된) 공군 구성군을 이끌 수 있다고 생각한다. 지휘자동화체계(C4I)의 발전이 있어야 하며, 노후한 항공기는 정밀유도무장의 장착이 가능한 신형 항공기로 대체해야 한다. 공대지 훈련장 및 디지털 근접항공지원작전 수행 능력 등 추가적인 훈련 능력 또한 필요하다.”

-한국공군의 전력이 그만큼 부족하다는 말로 들린다.

“그렇지만은 않다. 한국공군은 세계적으로도 매우 우수한 수준의 전력을 보유했다. 하지만 항상 발전에 대한 요구는 있게 마련이다. 가령 현 C4I에 있어 한·미 양군은 평시에도 적용 가능하며, 전시에도 원활한 전환이 가능한 상호 운영적인 통신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21세기 현대전에 걸맞은 항공기의 현대화는 우리 모두 늘 직면하는 과제다.”

-전시작전통제권(전작권)이 전환되면 미 공군의 역할은 어떻게 바뀌나?

“현 공군구성군사령부는 연합공군사령부(CAC)로 전환된다. 연합본부의 형태는 유지되고, 미 제7공군사령관은 연합공군사령관으로서 CAC 부사령관직을 수행할 한국 공군작전사령관과 함께 CAC를 지휘하게 된다.

CAC에서 미군 측의 지도력이 유지되는 이유는 현재로서는 미국공군만이 항공·우주·사이버 전력을 지휘 통제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한국군 측에서 인식했기 때문이다. 전작권 전환 과정의 일환으로 궁극적으로는 한국공군이 준비됐을 때 공군구성군의 지휘권을 넘겨받을 것으로 보인다.”

-최근 주한미군의 역할과 규모가 변하고 있다는 주장이 일고 있다. 주한미군이 한반도의 전술전력에서 동북아시아의 전술대응전력으로 변모하고 있다는 주장인데, 어떻게 생각하나?

“미 공군은 한국의 방위 임무에 전력을 기울이고 있다. 미 공군이 주둔하는 이유는 북한의 적대행위로부터 한국을 지키는 것을 지원하기 위해서다. 그리고 우리는 미 태평양사령부와 주한미군사령부의 ‘전구(戰歐)연대전략(theater engagement strategy)’에 따라 동북아 각국 공군과 연대하기를 기대한다.

우리는 앞으로도 태평양 전역 및 알래스카·네바다에서 실시되는 ‘레드 플래그(Red Flag, 미군의 대규모 공중기동훈련으로 동맹국 항공전력도 부정기적으로 참가)’ 등을 비롯한 여러 훈련 기회를 활용할 것이다.”

-한국공군이 창군 60주년을 맞았다.

“언급했듯 한국공군은 오늘날 세계에서 가장 능력이 우수한 공군 중 하나다. 미 공군은 한국공군과 함께하는 것이 자랑스럽다. 창군 60주년을 진심으로 축하하며 앞으로도 이러한 우호적 관계가 지속되기 바란다.”

글 - 김상진 월간중앙 기자 [kine3@joongang.co.kr] 사진 오상민 월간중앙 사진기자 [osang@joongang.co.kr]

매거진 기사 더 많이 보기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