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 로비설 여의도 초긴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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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인천 호프집 화재 사건의 의원 수뢰설에 이어 탈세조사를 받고 있는 한진그룹이 일부 정치권 인사들을 상대로 거액의 로비자금을 뿌렸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정치권은 즉각 '사정 한파' 를 떠올리는 모습이다.

여야는 일단 함구하고 있다. "검찰이 수사 중인 사건을 언급할 입장이 아니다" (국민회의 李榮一대변인), "실체도 없는 얘기를 앞서 언급할 필요가 있느냐 " (한나라당 河舜鳳사무총장)고 말한다. 문건 파동으로 가뜩이나 어지러운데 또 다른 파문이 밀려오는 것을 원치 않는 분위기다.

이런 가운데 가장 주목을 받는 쪽은 국회 건설교통위다. 한진 담당 상임위이기 때문이다.

건교위의 한 관계자는 "건교위.건교부를 무대로 대한항공과 아시아나의 불꽃 튀는 주도권 쟁탈전이 벌어졌던 만큼 (금품로비의) 개연성은 있다" 고 말한다. 건교위 내에서조차 공공연히 '칼(KAL)맨' '아시아나 맨' 으로 불리는 의원들이 있다는 게 이 관계자의 설명이다.

대한항공의 괌공항 사고 이후에는 "왜 법규에 따라 감편 등 제재조치를 취하지 않느냐" 는 아시아나측과, 이를 무산시키려는 대한항공측이 '자기편 의원' 들에게 논리제공을 하는 등 로비전이 치열했다는 공통된 전언이다.

대한항공.아시아나는 건교위 의원들의 후원회 때마다 50만~1백만원의 후원금을 보내온 것으로도 전해지고 있다.

이와 관련, 여당측 관계자들은 "PK(부산.경남) 주축의 한나라당 의원들은 대개 대한항공, 호남 주축의 여당 의원들은 아시아나, 여당내 영입파 의원들은 중립 등의 미묘한 편가르기까지 나타났었다" 고 주장했다. 친(親)대한항공 의원이 야당에 많다는 얘기다.

반면 야당측 주장은 다르다. 이들은 "현 정권 들어 대한항공은 로비를 아예 포기하고 국회에서 철수했다" 며 "대한항공이 로비를 했다면 여야 가운데 어느 쪽에 했겠느냐" 고 반문한다.

인천 호프집 화재 사건과 관련, 업주로부터 금품수수 의혹을 받고 있는 여야의 두 의원은 관련설을 전면 부인하고 있다. "사고가 난 호프집 골목은 20여년 전에 딱 한번 가본 곳" , "6개월 전 그만 둔 비서까지 조사했지만 사실무근" 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한편 야당은 사정설에 대해 "정권이 국면전환을 노리고 유포하고 있다" 며 의구심을 보이고 있다.

최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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