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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르자이·압둘라 연정 가능성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6면

하미드 카르자이 아프가니스탄 대통령과 그의 대선 경쟁자인 압둘라 압둘라 후보 간 연립정부 구성이 아프가니스탄 문제의 새로운 해법으로 주목받고 있다. 11월 7일 결선 투표를 치르는 데 카르자이가 동의했지만, 미국 정부 관리들은 두 후보가 합의한다면 연정도 수용할 용의가 있다고 밝혔다고 AP통신이 22일 보도했다.

이에 따르면 익명을 요구한 미 국무부 관리는 아프간 국민이 신뢰할 만한 정부가 구성된다면 미국은 연정 협상에 반대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국방부의 한 고위 관리는 현 시점에서 연정이냐, 결선투표냐의 확률은 반반이라고 말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도 결선투표 결정 후인 21일 MSNBC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여전히 아프간 문제의 해법을 찾는 과정에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혀 정부 구성 방법에 여지를 남겼다.

카르자이와 압둘라는 그간 연정에 대해 부정적 입장을 밝혀 왔다. 하지만 아프간 독립 선거관리위원회(IEC)의 결선투표 실시 발표를 전후해 연정에 대한 막후 협상을 진행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연정이 대안으로 부상한 데에는 결선투표에 대한 부정적 의견 확산이 원인으로 분석된다. 투표일까지 3주일도 남지 않은 상황에서 카르자이 현 정부와 외부 선거 감시 요원들이 제대로 선거 준비와 통제를 할 수 없게 된다면 1차 투표 때와 같은 부정이 횡행할 것이란 지적이 많다. 선거를 방해하려는 탈레반의 테러 위협을 연합군과 아프간 공권력이 제대로 방어하지 못하는 상황도 여전하다. 라얀 메논 미국 리하이대 교수는 LA타임스 기고문에서 “결선투표마저 얼룩진다면 아프간의 정치 분열은 더할 나위 없이 심각해지고 오바마 정부의 시련도 깊어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파이낸셜 타임스는 결선투표가 카르자이를 지지하는 파슈툰족과 압둘라의 출신 종족인 타지크족 간 대립을 격화시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아프간은 인구의 45%를 차지하는 파슈툰족과 25%를 점유한 타지크족이 대립해 왔다. 소수 세력인 압둘라가 승리한다면 민족 갈등은 더 커질 수 있다.

이충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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