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발표 실업률 통계, 현실과 차이 많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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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3면

정부가 최근 발표하고 있는 실업률 통계가 실상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분석이 잇따라 나오고 있다.

늘어나는 임시직.공공근로자 등은 실업자로 잡지않는 통계의 허실 때문에 정부 발표 실업률은 크게 낮아지고 있으나 현장에서 '피부로 느끼는 실업률' 은 그렇지 않다는 지적이다.

여기에다 취업자 중에서도 사무직.상용 근로자의 취업률은 되레 낮아지고 있어 질적인 측면에서의 실업문제는 더욱 심각해졌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 지표와 현실의 차이〓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9월 중 실업자수는 1백6만9천명, 실업률은 4.8%로 외환위기 이후 최고치였던 지난 2월(1백78만명, 8.6%)에 비하면 크게 호전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LG경제연구원은 이에 대해 '9월은 계절적으로 실업률이 낮은 때인데다 추석 특수란 일시적 요인을 감안할 경우 실제 실업률은 5.2%로 높아진다' 고 분석했다.

여기에다 ▶구직의사가 없다는 이유로 비경제 활동인구로 분류돼 아예 취업자 대상에서 제외된 '실망 실업자' (9월 중 ?40만명)를 포함하면 9월 실업률은 6.5%로 높아지고 ▶근로시간 18시간 미만으로 추가취업을 희망하는 비자발적 단시간 근로자를 추가한 '체감 실업률' 은 7.5%가 된다고 LG연구소는 지적했다.

LG연구소는 또 '정부 예산으로 지원되는 공공근로 사업 취업자(9월기준 30만명 추산)를 감안할 경우 9월 실업률은 8.5%에 이를 것' 이라고 분석했다. 삼성경제연구소도 최근 보고서에서 "지난 8월 기준 정부 발표 실업률은 5.6%였으나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기준을 적용하면 6.2%" 라고 분석했다.

◇ 고용의 질도 문제〓현대경제연구원은 8일 '실업률 4%대 진입의 허실' 이란 보고서에서 "일용직을 중심으로 고용이 늘고 있어 일감이 줄어들 경우 실업률이 다시 높아질 가능성이 있다" 고 분석했다.

현대 보고서에 따르면 올 3분기 중 생산직의 취업률은 지난해 동기?비해 9.7% 늘어났으나 사무직은 오히려 5.3% 감소했다. 또 임금 근로자 가운데 ▶일용직은 37.4% ▶임시직은 7%가 각각 늘었으나 ▶상용 근로자는 4.5%가 감소해 현재의 취업증가 추세가 안정적이지 않다고 현대측은 분석했다.

◇ 내년 실업률 통계를 낮춰라〓한국개발연구원(KDI)은 최근 내년 경제전망을 발표하면서 예년과 달리 실업률 통계는 뺐다.

KDI측은 "여건이 불투명해 제외했다" 고 해명했으나 실제로는 내부 분석결과 내년 실업률이 5.2%로 추정됐는데, '외부' 에서 이를 4.9% 아래로 낮추라고 요구하는 바람에 고민 끝에 아예 제외한 것으로 알려졌다.

민병관.김동섭.서익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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