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장비에 온돌 기술 썼더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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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동아일렉콤은 국내 이동통신 기지국에 들어가는 전원장치를 80%가량 공급한다. 이 회사는 19일부터 나흘간 인천 송도 컨벤션센터에서 열리는 ‘세계통신에너지 국제학술대회(INTELEC·인텔렉) 2009’에서 새로운 냉각 방식의 인버터를 선보였다. 인버터는 직류(DC)를 교류(AC) 전기로 바꿔 주는 장치다. 이번 인버터는 하이브리드 자동차에 들어가는 것으로, 수랭 방식을 채택했다. 기존의 인버터는 발생 열기를 없애기 위해 오토바이 엔진처럼 표면에 홈을 판 공랭식이었다. 박귀철 상무는 “우리나라 온돌 방식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인버터 표면으로 물이 흐르는 배관을 지그재그로 배치해 손실 전기를 줄였다”고 설명했다.

이번 국제행사의 뚜렷한 트렌드는 이처럼 에너지를 절감하는 통신장비가 늘어났다는 것이다. 종전엔 성능을 개선하기 위해 몸집이 커진 장비가 많았지만, 이제 작은 몸집으로 에너지 손실을 줄인 장비가 주류를 이뤘다. 친환경 통신 에너지 시스템은 하이브리드 자동차와 태양광발전 등 각종 녹색산업과 융합하는 움직임도 보였다. 독일계 카코는 태양광발전소에 장착되는 350㎾급의 대용량 인버터를 선보였다. 기존 100㎾급 인버터가 2.9%의 전기 손실률을 보였는데 통신 전원 시스템 기술을 적용하자 손실률이 1.8%로 줄었다. 일본 나고야 공과대 연구팀은 대용량 서버 시설을 갖춘 공간의 전기 사용을 20% 줄인 친환경 시스템을 발표해 최우수논문상을 받았다.

인텔렉 행사는 한국에선 처음 열렸다. 그 배경에는 이건수(67) 동아일렉콤 회장의 집념이 있었다. 그는 1986년 부도 위기의 동아전기를 인수해 통신장비 전원 사업에 뛰어들었다. 이후 전전자교환기(TDX) 전원장치를 시작으로 이동전화 기지국 대용량 정류기, CDMA 전원장치, 옥외용 전원장치, WCDMA 전원장치 등의 기술 개발에 잇따라 성공해 31개국에 수출 길을 열었다. 매년 인텔렉 행사를 찾아다니면서 한국 유치에 나선 결과 12년 전 올해 대회를 유치했다. 이 회장은 “이 사업에 뛰어든 뒤 23년 동안 국내에서 통신시설의 전원장치 고장으로 통신망에 문제가 생긴 적이 거의 없을 정도로 우리의 관련 기술은 세계적이다. 우리 수준을 세계에 알리고 싶었다”고 말했다.  

송도=심재우 기자

◆인텔렉=1978년 미국에서 처음 열려 올해 31회를 맞았다. 통신 전원 시스템의 개발과 그 관련 기술이 회원들의 주요 관심사다. 아시아에서는 2003년 일본에 이어 두 번째 개최다. 올해 행사에는 30여 개국 700여 명의 전문가가 참가해 320여 편의 논문을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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