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화재참사] 축제 '뒤풀이 음주' 화 키웠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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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지난달 30일 오후 6시55분 인천시 중구 인현동 '라이브Ⅱ 호프' .이곳은 고객 대부분이 중.고교생인 사실상 '성인 출입금지 지역' 이다.

50여평의 술집 안에는 인천시내 32개 중.고교 학생 1백30여명이 술을 마시며 '즐거운 주말 한때' 를 보내고 있었다.

그러나 30여분 뒤 1백30여명의 학생 중 1백9명은 목숨을 잃거나 크게 다쳤다. 절반 가량은 여학생이었다.

이날 인천지역 13개 고교에서 학교별로 열린 가을축제에 참석한 뒤 '뒤풀이 자리' 를 갖거나 생일이나 계모임 행사를 하던 학생들이 졸지에 화를 당한 것이다.

화마가 출입구를 통해 술집 안으로 들이닥치자 어린 학생들의 울부짖는 소리와 비명이 뒤섞여 마치 지옥과 같았다고 생존자들은 입을 모았다.

화상을 입은 李모(16.고1)군은 "시커먼 연기와 지독한 냄새가 순식간에 번지면서 정신을 잃었고 병원에서 깨어났다" 며 "축제 후 술집 뒤풀이나 친구들과 호프집에 들리는 것은 학생들 사이에선 자연스러운 일" 이라고 말했다.

李군과 함께 축제 뒤풀이를 하던 친구 8명 중 4명은 이날 불귀의 객이 되고 말았다. 문성여상 2년 김소영(17.여)양은 친구들과 인천시내 여러 학교의 축제를 둘러본 뒤 뒤풀이 행사를 갖다 목숨을 잃었다.

화상을 입은 계산공고 1학년 소승(17)군은 중학교 동창 6명과 맥주집에서 계모임을 갖다 2명이 목숨을 잃고 4명이 부상했다.

인천시 유병세(兪炳世)교육감은 "중.고생들이 술집을 출입하는 것은 이제 전국적인 현상으로 교외지도도 어려운 실정" 이라며 "교육당국과 가정.사회 모두가 나서 학생들을 선도해야 할 것" 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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