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영화] 추억이 된 사랑의 애틋함-EBS'추억'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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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6면

가을에 어울리는 러브스토리. 정치 문제에 민감한 급진적인 여자와 착실한 작가 지망생 사이의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 이야기가 애틋하기 그지없다.

73년에 제작된 영화지만 템포가 빠르다.

지루하지 않은 전개에 닿을 듯 말 듯한 남녀 관계를 바브라 스트라이샌드의 주제가 '추억' 이 절묘하게 뒤흔든다.

케이티(바브라 스트라이샌드)와 하벨(로버트 레드포드)은 졸업을 앞둔 대학 동창생. 사회주의 운동을 지지하던 케이티의 연설을 지켜보며 하벨은 호감을 품는다.

하지만 둘은 졸업 파티 때 잠깐 춤을 출 뿐 곧장 각자의 길을 간다.

제2차 세계대전이 발발하고 몇 년 후 케이티는 해군 중위가 된 하벨과 우연히 다시 만난다. 사랑에 빠진 두 사람은 곧장 동거에 들어가지만 정치 성향과 성격 차이로 자주 다툰다.

메카시즘 이 지나간 50년대 초, 헤어졌던 두 사람이 뉴욕의 거리에서 재회하는 마지막 장면도 인상적이다.

서로에 대한 애틋함이 남아있지만 상대방이 무사하다는 사실만 확인하고 돌아선다.

'투시' '아웃 오브 아프리카' 등을 연출했던 시드니 폴락 감독은 어느 인터뷰에서 "영화의 로맨스와 마지막 장면을 팬들에게 각인시키기 위해선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이 전제돼야 한다" 고 밝혔으며 이 영화에서도 그대로 적용하고 있다.

영화 '파니 걸' 에 이어 제작자 겸 주연을 맡은 바브라 스트라이샌드의 연기가 매력 만점이다.

원제 The Way We Were.73년작.

백성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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