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십년전 결격사유로 임용취소는 부당" 공무원 '퇴출'반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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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수십년 동안 근무한 공무원들이 하루 아침에 불명예스럽게 자리를 잃게 돼 스스로 목숨을 끊거나 이혼하는 등 고통을 겪고 있습니다. 과거 국가의 잘못된 신원조회로 인해 생긴 문제를 이제 와서 소급해 퇴직시키는 게 옳은 일입니까' .

'공무원 소급 임용취소.당연퇴직 전국대책위원회' (위원장 金永富)가 지난 18일 김기재(金杞載)행정자치부 장관에게 보낸 질의서의 내용이다.

임용 결격사유가 있는 공무원을 11월말까지 전원 퇴직시킨 뒤 '선별 구제' 하겠다는 정부의 방침이 알려지면서 '퇴출 대상' 공무원 2천4백여 명이 정부에 구제 요청과 함께 헌법소원까지 준비하는 등 크게 반발하고 있다.

정부는 최근 '임용결격공무원 퇴직보상금 지급 등에 관한 특례법' 이 지난 8월 31일 공포됨에 따라 퇴출 대상자 전원의 임용을 근무기간에 관계없이 소급해 무효 처리키로 했다.

정부는 그러나 대상자들의 반발이 일자 특례법에 선별구제 조항을 포함시켰다.

행정자치부 관계자는 "이들 퇴직자를 상대로 12월 1일부터 한달간 재임용 신청을 받아 선별해 특채할 방침" 이라며 "특채된다 해도 기존 근무기간의 경력.호봉을 인정하지 않을 계획" 이라고 밝혔다.

정부는 지난해 2월 공직사회 구조조정 차원에서 임용 결격사유가 있는데도 근무 중인 공무원의 신분을 박탈하기로 결정했었다.

이에 대해 대책위원회를 비롯한 퇴출 대상 공무원들은 "국가에서 신원조회를 잘못해 임용된 뒤 수십년을 근무해온 공무원 신분을 모두 무효로 하는 법은 세계 어느 나라에도 없는 인권침해적 악법" 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대책위는 사실상 근무기간이 10년 이상인 자는 임용권자의 소급임용취소.소급 당연퇴직 권한이 소멸된 것으로 보아 공무원 신분을 박탈해선 안된다는 입장이다.

대책위는 또 10년 미만 근무자에 대한 선별 특채시에도 근무 기간을 경력.호봉으로 인정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대책위는 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을 내기로 하는 한편 관계 법령 개정을 위한 1백만명 서명운동을 전개할 계획이다.

이에 대해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참여연대는 "독일.미국의 경우 임용 후 각각 1년.3년이 지나면 해당 공무원을 소급해 임용을 취소하지 못하도록 돼 있다" 며 "국가의 신원조회 잘못으로 결격자를 임용시켜 놓고 수십년이 지난 뒤 면직시키는 것은 정부의 행정편의적 독단" 이라고 지적했다.

이규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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