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낙동강대책 지역 '벽'넘어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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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수질악화와 수량(水量)부족에 허덕이는 낙동강 물 문제를 획기적으로 해결하겠다며 환경부가 낙동강 물관리 종합대책을 내놓았다.

이번 대책은 오염의 사전예방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 점에서 종래의 수질개선대책과는 접근 방식을 달리한다. 종래에는 오염사고가 벌어지면 그 때마다 땜질식 대책을 내놓았고 막대한 예산을 들여가며 환경기초시설 늘리기에 급급했었다.

이번 대책의 특징은 '수질개선을 전제로 한 경제개발' 로 요약된다. 오염총량 범위 내에서만 개발이 허용되고, 그 방법으로 수변(水邊)구역 지정과 물이용부담금제를 골자로 한 '팔당호 모델' 을 과감히 도입했다.

또 하천유지 용수가 절대적으로 모자라고 유역에 농지.공단이 혼재돼 있는 낙동강의 특성을 감안해 갈수(渴水)조정용댐을 건설하고 취수원 다변화 등 방안도 마련했다. 이는 진일보한 대책이고, 실천 의지 또한 어느 때보다 높은 것으로 평가한다.

문제는 낙동강을 둘러싼 지역간 이해(利害)와 갈등에 대한 구체적 해소방안이 마련돼 있지 않아 그 실효성에 벌써부터 의문이 제기되고 있는 점이다.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 위천공단 건설을 요구하는 대구시와, 더 이상 오염은 받아들일 수 없다는 부산.경남지역이 모두 공격의 화살을 정부에 돌리고 있어 내년 총선을 앞둔 정부는 큰 부담을 느껴왔다.

따라서 낙동강 수질을 먼저 개선하고 그 효과를 토대로 위천공단 건설의 명분과 분위기를 다져가자는 뜻도 담겨 있는 것 같다.

그러나 수질개선의 수단을 놓고 지역간 이해 대립은 벌써부터 첨예화하고 있다. 물이용부담금과 관련, 상류에 오염원이 밀집돼 있는 상황에서 하류 주민들이 똑같이 부담금을 내는 것은 말이 안된다고 부산.경남주민들이 반발하고, 대구지역에 오염물질 배출량을 연간 단위로 제한할 경우 지역경제 활동이 위축된다고 대구시민들도 반발하고 있다.

대규모 수몰과 환경파괴가 우려되는 갈수용댐 건설에 대해 지역사회와 민간환경단체의 반발 또한 우려된다. 몇차례 공청회를 통해 주민 협조를 구한다지만 자칫 지역간 갈등과 대립이 증폭될 가능성도 적잖다.

지역형평성에 맞게 부담금과 오염총량제를 면밀히 재조정하고 상호 이해와 희생의 바탕 위에서 합리적 절충점을 찾아야 한다. 난장판이 된 팔당호대책 공청회의 재판이 돼서는 안된다. 낙동강대책은 물관리 차원을 넘어선 지역간 이해관계 조정의 시범 케이스로 주목받고 있다.

정치권의 성급한 개입을 지양하고 지역간 이기(利己)를 녹여 진정한 지역 대화합을 이루는 전기(轉機)로 삼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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