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인류학 이런거구나-日 아야베 츠네오 교수著 '…명저 50'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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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미개 사회에 관한 조사와 견문을 바탕으로 문화과학으로서 문화인류학을 확립한 미 루이스.H.모건의 저서 '고대사회(Ancient Society.1877)'.

죽음을 앞둔 마르크스는 이 책의 절반 이상을 발췌하여 해설한 '고대사회 노트' 란 저작을 남겼고 엥겔스는 친족 명칭을 단서로 혼인의 형태를 재구성한 방법론을 마르크스의 '잉여가치'의 발견에 버금가는 대발견이라고 격찬했다.

일본의 인류학자 아야베 츠네오(츠쿠바대)명예교수가 쓴 '문화인류학의 명저 50' (김인호 옮김. 자작나무. 1만5천원)은 '고대사회' 처럼 문화인류학을 얘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노작들을 엄선, 심도있게 정리한 문화인류학의 주요 저서 해설서다.

문화인류학 연구에 평생을 바친 아야베 교수가 명저라는 프리즘을 통해 펼치는 문화인류학의 맥락은 결코 평범하지 않다.

왜냐하면 1백20년 문화인류학의 역사, 각 저서들에서 제기된 주요 개념들에 대한 해설과 논쟁, 그리고 그 이론들에 신랄한 비판이 저자의 식견과 함께 녹아 들어있기 때문이다.

특히 문화인류학이 여러 인문과학의 접점 속에서 어떻게 자리매김하고 있으며 어떤 영향을 주고 받는지에 대한 세밀한 묘사와 난해한 문화인류학의 대가들의 명저에 쉽게 접근할 수 있게 해주는 힘은 이 책의 강점이다.

'초창기 문화인류학의 고전' '근대인류학의 계보' '계몽적 명저' '구조주의.상징론.생태학적 사고' '현대의 시각' 이라는 5개의 제목을 붙여 항목별로 명저들에 대해 접근하고 있는 이 책은 문화인류학의 대가들이 총망라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영적 존재에 대한 신앙인 애니미즘 개념을 도입했으며 영국 최초로 인류학 교수(옥스포드대)가 됐던 에드워드 타일러의 '원시문화(Primitive Culture.1871)' , 일본 문화의 형식과 일본인의 국민성을 정확하게 꿰뚫어 본 저서로 일본의 사회학.종교학.역사학 등에 신선한 충격을 안겨준 루스 베네딕트의 '국화와 칼(1946)' , 그리고 종교의 사회학적 기반과 성격을 집요하게 밝힌 에밀 뒤르켐의 '종교생활의 원초 형태(1912)' 등이 그런 것들이다.

이밖에 앤더슨이나 홉스봄 등 비문화인류학자의 저서도 포함돼 있는데 미 정치학자 베네딕트 앤더슨의 '상상의 공동체(Imagined Communities.1983)' 는 정치서이기는 하나 민족주의.국민국가론 등 넓은 의미의 민족성론과 관련돼 있다.

영국의 마르크스 연구가 에릭 홉스봄의 '창조된 전통(The Invention of Tradition.1983)' 또한 마르크스주의자가 가지기 쉬운 교조적 입장이 아니라 인류학적 관점에서 근대 이전의 전통사회의 사실과 현상을 짚고 있어 명저 50권에 올랐다.

실제 아야베 교수가 선정한 명저 50권 중 지금까지 국내 번역된 것은 '고대사회' (최달곤 외 옮김.현암사)등 11권 정도여서 문화인류학에 대한 관심이 아쉽지만 이 책을 통해 국내 소개되지 않은 저작들에 대한 제한적 접근이 가능해진 것은 위안거리다.

신용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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