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자체, 용역남발 예산 낭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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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전주시가 21세기 문화영상산업도시로 도약한다는 계획 아래 덕진구 만성동 황방산 일대 90여만평 규모로 추진했던 '영상종합랜드' . 이 영상랜드 개발계획은 97년에 수립되었지만 민선2기 들어 1조원을 넘는 엄청난 사업비와 타당성 문제로 논란을 거듭한 끝에 백지화되고 말았다.

이로 인해 시는 H건설에 지불한 기본계획마련에 대한 용역비 2억4천여만원만 날린 꼴이 되고 말았다. 지자체들이 무분별하게 용역을 발주, 예산을 낭비하고 있다.

사업타당성이나 재원마련 대책없이 지역개발, 아파트 건립 등을 마구잡이로 추진하다가 사업자체를 잇따라 포기하거나 보류하고 있기 때문이다.

19일 전주시에 따르면 지난 95년부터 올 8월까지 집행한 용역 4백70건가운데 26건이 백지화되거나 전면보류 되었다. 이에 따라 이들 사업계획의 용역비 38억원이 활용되지 못한 채 사장되어 있다.

7억1천여만원을 들여 지난 97년에 만든 하가지구 택지개발사업 조사설계 용역은 사업타당성 문제로 1년여를 끌다 지난해 9월 폐기 되었다.

또 용역비로 5억6천여만원이 투입된 전주권 광역쓰레기 매립장건립 계획은 지역주민의 반발과 지역간 갈등문제로 전면 보류된 상태이며 5억원 들어간 아중지구 시영아파트 기본 및 실시설계 용역도 경기침체로 사업성이 없다며 사실상 백지화되었다.

특히 법적으로 2년마다 정기적으로 실시하게 돼 있는 교량안전진단 용역의 경우 사후조치가 뒤따르지 않아 예산낭비는 물론 앞뒤가 맞지 않는 행정이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 시는 96~97년 남천교.남북교.한벽교 등 시내 20여개의 교량에 대해 정기적인 안전진단을 실시해 놓고도 유지관리비가 본 예산에 편성되지 않아 지금까지 위험시설로 방치되고 있다.

이처럼 발주용역이 사장되고 있는 것은 관련부서들이 사업시행에 따른 재원, 실효성 등을 깊이 있게 검토하지 않은 채 주먹구구식으로 이를 발주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전주시의회 유창희(柳昌熙.중화산2동)의원은 "공무원과 전문가, 시민단체 관계자들이 참여하는 용역과제 사전심의위원회를 설치할 수 있도록 하루 빨리 조례를 제정해야 한다" 고 말했다.

전주=장대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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