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해외취업 알선 썰렁…인력공단 2만여명 신청중 2%만 확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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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41세, I대 산업공학과 졸업, D.L 그룹 등 대기업에서 10년간 컴퓨터 프로그래밍 경력' .

올초 명예퇴직당한 李모(38)씨는 외국에서 새 삶을 찾기로 하고 지난 3월 한국산업인력공단 해외취업센터에 구직신청서를 접수시켰다.

지금까지 미국.호주.캐나다 등에서 날아온 구인요청을 받고 수차례의 서류심사와 인터뷰를 시도했으나 번번이 허사로 끝났다. 영어 구사력과 전문성에 문제가 있다는 것이었다.

현재 李씨처럼 산업인력공단의 해외취업센터에 구직등록한 채 해외취업을 기다리고 있는 사람은 2만여명. 이중 취업이 확정된 사람은 2%에 불과한 5백10명에 그치고 있다.

국내 실업난 속에서 올해 2만여명을 목표로 정부가 추진중인 해외취업 활성화 정책이 겉돌고 있다.

◇ 실태〓17일 노동부에 따르면 올들어 지난 9일까지 한국산업인력공단과 민간 소개업체 등을 통해 해외에서 일거리를 찾은 인원은 모두 1만1천7백57명. 하지만 이들중 전체의 절반을 넘는 6천5백명이 선원이고 1천4백명은 '연예인' 이란 신분으로 일본으로 건너간 뒤 대부분 술집 접대부로 전락하는 단기취업자였다.

또 건설노무자가 9백94명, '워킹 홀리데이' 등 단기 연수목적으로 나간 인원이 1천4백명 등으로 선진국의 전문분야 진출과 기술습득과는 거리가 먼 분야들이다.

반면 전산직과 의료직 등 전문직으로 분류할 수 있는 인원은 3백96명으로 전체의 3%에 불과했다.

한나라당 이부영(李富榮)의원은 국정감사에서 "정부가 취업알선을 해 변변한 직장을 가진 사람은 전체의 12.8%인 8백88명에 그치고 있어 속빈 강정" 이라고 주장했다.

◇ 문제점〓정부가 '2만명 해외취업촉진방안' 을 마련했으나 범정부 차원의 체계적인 정보 수집이나 지원이 크게 미흡한데다 해외취업 희망자 발굴 등의 적극적인 정책이 미흡하다는 지적이다.

또 ▶해외 구인업체의 구인조건에 맞는 국내 구직자가 부족하고▶국내 노동시장의 여건 변화로 해외취업의 인기가 떨어진 것도 취업률 저조의 한 요인이다.

◇ 정부 대책〓정부는 해외취업희망자의 어학능력 향상을 위해 75억원을 들여 2천5백여명에게 연수프로그램을 실시중이다.

노동부는 "대졸 신규 미취업자 등을 미국 등 해외에 보내 현지에서 어학 및 직무능력을 개발하는 방안을 강구중" 이라고 밝혔다.

고대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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