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예산도 확보되지 않은 사업.정책을 총선 등을 의식해 크게 홍보하는 일이 적잖은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거꾸로 구체적인 사업계획 등이 마련되지 않은 사업에 예산을 미리 배정하는 사례도 확인되고 있다.
◇ 예산없는 정책 발표〓노동부는 지난 8월 20일 대통령의 8.15 경축사에 대한 후속 조치로 '인력개발타운' 을 부산.광주.인천에 세운다고 발표했다.
특히 3백60억원이 들어가는 부산은 내년에 설립한다는 구체적인 계획도 포함돼 있었다. 그러나 정부가 국회에 제출한 예산안에는 이 내용이 전혀 반영돼 있지 않았다.
또 서울시는 지난 7월 강남순환도로 건설계획을 대통령의 서울시 방문때 발표했다. 그러나 강남지역 34.2㎞에 걸쳐 99년부터 2005년까지 2조6백억원이 들어가는 이 계획은 정확한 교통수요 조사.노선타당성 조사 등을 제대로 거치지 않은 상태다.
특히 서울시의 담당부서에서는 내년예산에 1백63억원을 요청했으나 서울시의 예산부서에서는 "시 재정상 절반액수도 무리한 요구" 라는 입장이다.
익명을 부탁한 서울시의 한 관계자는 "정권에 비판적인 서울 강남 주민들의 교통난 해소를 위해 정부가 무언가 하려 한다는 인상을 주려는 의도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고 말했다.
울산시 국립공업역사박물관도 비슷한 사례다. 이 사업은 지난 6월 행정개혁보고회때 대통령에게 보고하면서 구체화되기 시작했다.
총 부지 36만여㎡에 2008년까지 만들어질 이 박물관을 세우는 데 들어가는 비용은 2천6백억원. 그러나 지금까지 확보된 예산은 기본계획 수립비 8억원뿐이다.
이마저도 정부측에 '대통령에게 보고한 사업' 이라고 읍소해 겨우 확보한 것이라고 울산시 공무원들은 말했다.
◇ 예산부터 배정 사례〓산업자원부는 내년도 예산에 군장(群長)수출자유지역개발을 위한 토지매입비 명목으로 1백9억원을 배정했다.
그러나 군장지구는 아직 수출자유지역으로 지정되지 않았다. 올 정기국회에서 제조업 중심의 수출자유지역에 물류.서비스업을 포함한 자유무역지역으로 확대하기로 하고 관련법안이 상정돼 있는 상태다.
총선등과 관련, 내년 중 이뤄질 자유무역지대 선정을 기정사실로 하고 미리 예산을 배정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남해안 관광벨트사업도 비슷한 사례. 남해안을 부산도시관광권, 해양레저.스포츠관광권, 종합휴양관광권, 역사문화관광권 등 4개 권역으로 특화 개발하자는 이 계획에 우선 내년 중 5백억원의 예산투입이 예정돼 있다. 2011년까지 4조원이 투입돼야 한다.
그러나 구체적인 사업계획 용역을 노무라연구소에 의뢰, 시행 중인데 아직 결과조차 나오지 않은 상태다. 이 사업에 대한 국고지원 비율조차 결정하지 못한 채 우선 사업을 벌이기로 한 셈이다.
지역특화사업 지원도 그렇다. 산자부는 지역균형개발이라는 명목으로 내년 예산에 부산 신발산업, 경남 기계산업, 광주 광(光)산업, 대구 섬유산업 등에 1천2백억원을 편성했다.
그러나 구체적 사업개요도 나오지 않은 상황이다. 초기 예산만도 이 정도인데 앞으로 사업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면 무한정 예산이 들어가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이용택.고대훈.김동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