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금감위장 '장단기 금리차 줄면 증시 정상궤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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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6일 이헌재(李憲宰) 금융감독위원장의 기자간담회는 李위원장이 자청해 이뤄졌다.

평소 주식시장이나 주가에 대해서는 가능한 말을 아꼈던 李위원장이 이날은 주식시장 얘기를 많이 했다.

"국정감사에서 근거없는 소문이 나와 주가가 폭락했으나 그런 일은 없을 것" 이라든가 "장단기 금리가 균형을 이루면 주식시장은 머지않아 정상궤도로 돌아올 것" 이라는 말들은 그가 가장 꺼리는 '시장에 영향을 주는' 발언일 수도 있었다.

그러나 이날 그는 상당한 시간을 할애해 이같은 말들을 반복해 강조했다.

이는 정부 나름대로 고심 끝에 발표한 2차 시장안정대책의 약발이 제대로 먹혀들고 있지 않은데 대한 조바심이 반영된 것으로도 풀이된다.

다음은 李위원장과의 일문일답.

- 채권시장안정기금이 일시적 임시방편책이란 지적이 있는데.

"우리나라에선 연.기금이 미성숙돼 있어 채권 수요기반이 취약하다. 이같은 상황에서 과도기적으로 은행에 들어온 돈을 채권 수요기반으로 연결시킬 장치가 필요한데 그게 채권안정기금이다. 이를 통해 장단기 금리격차가 좁혀지면 주식시장도 정상궤도로 돌아올 것이다. "

- 어제 일부 정치권에서 현대계열사에 대한 주가조작 조사와 세무조사설로 계열사 주가가 무더기 하한가를 기록했는데.

"일부 의원들이 근거없는 설을 들고 나왔지만 현대문제가 새삼스럽게 불거질 이유가 없다. 국민의 정부 들어 사전에 예고하지 않고 이뤄진 일이 있었나. 보광이나 한진의 예도 마찬가지였다. "

- 채권시장안정기금이 우량채권만 매입, 신용등급이 낮은 기업의 회사채 시장이 얼어붙어 시장 양극화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

"국내 신용평가사들이 기업 내용은 보지 않고 아직도 외형만 보고 신용등급을 매기고 있기 때문에 중소.중견기업들이 불이익을 당하고 있는 게 사실이다. 이런 기업들에 자금 물꼬를 터주기 위해 '그레이 펀드' 를 허용키로 한 것이다. 그레이 펀드는 우량채권에만 투자하는 펀드에 비해 수익률이 2%포인트 정도 높아져야 한다. 이를 위해 비과세하는 방안을 검토중이다. 이런 틀에만 맞으면 투신사들이 각자 회사 사정에 맞춰 다양하게 상품을 개발할 수 있도록 허용할 것이다. "

- 투신사 조기구조조정에 대한 시장의 의혹이 해소되지 않고 있는데.

"신세기투신이나 한남투신 등과 같이 시장에서 파산하는 경우가 아닌 한 인위적으로 문을 닫게 하는 일은 없을 것이다. 대우 계열사에 대한 워크아웃 방안이 확정되지 않은 상태에서 투신 구조조정을 할 수는 없다. 다만 앞으로 투신사나 보험사의 광고는 채권시가평가제의 취지가 반영되도록 엄격하게 규제할 것이다. 지금까지는 어떤 문구만 넣지 않으면 된다는 식이었으나 앞으로는 어떤 문구만 써야 한다는 식으로 바뀔 것이다. "

- 대우 계열사에 대한 처리방향은.

"대우 워크아웃은 기존 방식처럼 단계적으로 할 수 없다. 시간이 없다. 회생 가능성이 있는 곳은 자체 신용으로 채권을 발행해 정상 유통시킬 수 있을 만큼 재무상태가 개선될 것이다. 워크아웃 계획은 이미 밝힌 대로 7개사는 이달말까지, ㈜대우와 대우차도 11월 초까지는 계획의 윤곽을 정할 것이다. "

- 서울은행 경영진 문제는.

"모건 스탠리가 현재 작업을 하고 있다. 서울은행은 경영진만 영입하기보다는 외국 금융기관이나 투자컨소시엄이 10~20%의 지분 참여와 함께 위탁경영하는 방식이 바람직하다고 본다. 이런 방향으로 될 기미가 보이고 있다. 제일은행은 외국인 행장이 올 것 같다. "

정경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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