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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가 있는 아침] 김영승 '희망947'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허장강 아들 허준호는 허장강 같고

최무룡 아들 최민수는 최무룡 같다

박노식 아들 박준규는 박노식 같고

그리고!

그리고 무엇보다도

김영승 아들 김인겸은 김영승 같다

이 얼마나 놀라운 은총인가

축복인가 그래서

……

우리는 최소한

그 부모를 닮는다 아아.

- 김영승의 '희망947'

거드름 피울 것 없이 막 내뱉는 어세로 몰아간다. 영화나 TV화면에서 익숙한 아버지와 아들의 닮은꼴에서 시인 자신과 아들의 닮은꼴로 반전한다.

오랫동안 발가락이 닮았다는 그 애틋한 핏줄을 소재로 서로 만나지 못한 육친의 비애를 그려내는 데 익숙해 있다.

이제 그 시절을 지나 아버지가 제 아들을 통해서 또 하나의 자신을 확인하는 축복이 있다. 이런 시가 아닐지라도 한 사람이 살아가면서 문득 그의 아버지를 모방하는 것을 깨달을 때가 있다. 닮는다는 불멸!

고은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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