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줌인] '성대묘사 자판기' 개그맨 심현섭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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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6면

"운이 좋았다고 생각해요. 누구에게나 한 번씩 기회가 온다잖아요. 제겐 지금이 바로 그 때인 것 같아요. " 개그맨 심현섭(29)의 다소 싱거운 '성공담' 이다. 그는 김대중 대통령에서부터 조통달 명창까지 실감나게 성대모사를 해 '자판기' 라는 별명을 갖고 있다. 어느 누구의 목소리든지 주문만 하면 즉각 모방할 수 있다는 얘기다.

그는 특히 남들이 잘 시도하지 않았던 이다 도시나 안토니오 반데라스.훌리오 이글레시아스 같은 외국인까지 대상으로 삼아 요즘 한창 주가를 날리고 있다. 최근에는 요구르트에 이어 라면 CF에도 등장해 인기를 실감케 한다.

"어릴 때부터 이주일씨나 아프리카 새 울음소리 흉내내는 것을 좋아했어요. 또 타고난 끼가 있어선지 특별히 주의를 기울이지 않아도 자연스레 모방이 되곤 했어요. 비결요□제 스타일은 해당 캐릭터의 특징을 다소 과장하는 거죠. " 그는 서울예전에서 산업디자인을 전공했음에도 개그맨의 꿈을 버리지 못해 96년에 SBS 개그맨 공채에 응시, 합격했다.

하지만 그가 주로 맡았던 역할은 코미디 프로그램 녹화 도중 방청객을 지루하지 않게 하는 '바람잡이' 였다.

그러던 그가 대중에게 알려지게 된 것은 KBS '시사터치 코미디 파일' 에서 이다 도시의 성대모사를 하면서부터. 다소 '방정맞은' 말투로 '올랄라' 를 연발하자 관객들은 웃음을 터뜨렸다.

"일요일날 간만에 이화여대 앞에 나가 '세상 구경' 해봤다" 고 말할 정도로 그는 최근 눈코 뜰새 없는 나날을 보내고 있다.

'시사터치…' '코미디 세상만사' 등 4개의 프로그램에 동시에 출연하기 때문만은 아니다.

지난달 4일부터 시작한 '개그 콘서트' 를 위해 매일 새벽1시까지 연습하는 등 온몸을 던지고 있는 탓이다.

"다른 직업도 마찬가지지만 개그맨도 스트레스 속에 살고 있어요. '죽느냐 웃기느냐' 랄까요. " 그는 인기보다는 시청자들의 기억 속에 오래 남는 개그 연기자로 남고 싶다고 한다.

문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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