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우리 곁에 다가온 자연주의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먹을거리, 입는 것, 보고 듣는 것까지‘자연주의’를 앞세우지 않으면 명함 내밀기 힘든 요즘이다. 그의 진정성을 따지기 앞서 ‘자연’이 생활 가까이 왔다는 것 만으로도 안심되고 반가운 일. 우리 동네에 부는 자연주의 바람을 쐬러 나섰다.

사계절을 담는다
천연염색 공방 ‘일상’(대표 손경미)의 입구 푯말엔 ‘색의 시간을 담아드립니다’란 글귀가 적혀 있다.

천연염색은 의도한 것보다 의도하지 않은 색을 얻는 경우가 더 많다. 똑같은 염재여도 채취시기에 따라 발현되는 색이 다르다. 봄에 채취해 염색하면 밝고 산뜻하다. 낙엽 질 무렵의 것은 색이 짙다. 섬유와 매염재에 따라서도 달라진다. 전문가의 손을 거친다고 해서 예외가 아니다. 시간이 지날수록 색이 변하는 것도 천연염색의 속성이다. “이러한 변화를 받아들이다보면 사람이 순해진다”는 게 손 대표의 귀띔이다.

염재는 철따라 우리 주변에 지천으로 널린다. 꽃·나무·풀 따위의 웬만한 것은 다 염재로 쓸 수 있다. 염재로서의 적합성 여부는 발현되는 색이 아름다운지,염색 후 물이 어느 정도 빠지는지에 따라 판가름한다. 봄엔 쑥과 애기똥풀이 제격이다. 애기똥풀은 봄빛을 닮은 진한 노란색을 낸다. 여름엔 쪽을 쓴다. 공방 앞마당 49.6㎡(15평)에 심은 쪽의 잎을 따 바로 또는 발효 후 염색한다. ‘쪽빛’으로 알려진 것은 후자다.

처음엔 색이 거의 없는 듯 보이다가 공기와 만나 산화하면서 점차 쪽빛을 띤다. 가을엔 감으로 물을 들인다. 이 역시 처음엔 색이 거의 나타나지 않다가 햇빛을 받으면서 제 빛을 낸다. 겨울엔 황백·황련·치자·울금·소목 같은 약재가 쓰인다.

“풀(쪽)로 색을 낸다는 게 마냥 신기하기만 했다”는 이곳 수강생 전연수(43)씨는 “피부가 예민한 딸(중1)에게 황토염색의 속옷과 이불을 만들어줄 계획”이라고 말했다. 헤이리마을 9번 입구로 들어서 100m 직진하다 왼쪽 모아 갤러리 끼고 50m. 기초반과 전문가반 강좌가 열린다.

▶문의= 031-949-5739


여기서도 천연염색해요
예뜨락(덕양구 성사동) 031-965-5377
아트앤크래프트(덕양구 토당동) 031-970-1936

인위적 가공을 잊는다
“재료에 대한 관심에서 한 발짝 더 나가 만드는 과정 또한 중시하죠.”

데일스포드 코리아 박영미 대리는 ‘데일스포드오가닉’의 특징을 이같이 소개했다. 이곳 제품은 ‘핸드메이드’를 내세운다. 인기품목인 잼이며 드레싱 모두 손으로 만든 것이다.

지난 5월 덕양구 신원동 6만6116㎡(2만평) 부지에 들어선 데일스포드오가닉은 영국 첼시 지방 스테포드셔와 코츠월드의 친환경·유기농 농장에서 재배한 재료로 만든 제품과 요리를 선보이는 곳이다.

영국 귀족인 캐롤 뱀포드 여사가 다섯자녀의 건강을 염려해 자신의 영지에서 시작한 유기농 농사가 데일스포드오가닉의 전신이다. 국내엔 이곳 외에 갤러리아 명품관과 강남신세계 백화점에 입점해 있다.

이곳 제품은 뚜껑을 열 때 ‘펑’ 소리가 나지 않는다. 유통기간을 늘려주는 질소 포장 대신 뜨거운 물을 이용한 진공기술로 포장해 질소가 첨가되는 것을 막았다는 것이 관계자의 설명이다. 내용물을 다쓴 후 제품용기를 다른 용도로 쓸 수 있게끔 만든 것도 눈에 띈다.

타임·로즈마리 같은 허브가 통째로 들어간 식초, 통후추·커리파우더·고수열매 등 가공하지 않은 식재료는 여느 매장에서 흔히 구할 수 없는 것들이다.

현재 매장엔 총 250종의 제품이 채워졌다. 요리는 스팀 조리한 연어가 들어간 샐러드, 완두콩과 보리쌀을 이용한 리조뜨 등 조리과정을 최소화해 맛이 단순하다. 유기농 호밀과 견과류를 사용한 호밀빵과 와플, 케이크도 맛볼 수 있다.

부지의 40% 가까이 차지하는 잔디밭,농약을 뿌리지 않는 수목, 물과 돌을 주제로 한 건물 등 오가닉을 컨셉트로 한 주변환경도 즐길거리다. 신원교 지나 그리향교회 방향으로 우회전 후 직진.

▶문의= 02-381-2600


[사진설명]꼭두서니·쪽·황련으로 물든 천이 가을 하늘 아래 널렸다. 손경미 대표는 “천연염색의 ‘변화’ 속성을 받아들이다보면 사람이 순해진다”고 말했다.

< 김은정 기자 hapia@joongang.co.kr >

< 사진=김경록 기자 kimkr8486@joongang.co.kr >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