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日 방사능 사고가 주는 경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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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일본의 핵연료가공회사에서 일어난 일본 사상 최대의 방사능 누출사고는 당사자인 일본뿐 아니라 에너지의 원자력 의존도가 높은 이웃 우리에게도 충격적이다.

이런 대형 사고가 원폭피해국으로 철저한 방사능관리를 자랑해온 일본에서 일어났다는 데서 일본 원전 안전신화(神話)의 붕괴와 함께 예기치 못한 재앙의 심각성을 실감케 하고 있다.

사고현장인 이바라키현에는 학교가 문닫고 철도운행이 중단되고 반경 10㎞내의 주민 30만여명이 한 때 집안대기 지시를 받는 소동을 빚었다.

또 피폭자 중 중증인 작업원 3명은 지난 86년 체르노빌 원전사고와 맞먹는 정도의 방사선에 노출된 것으로 알려져 사고의 크기를 짐작케 하고 있다.

일본 정부는 필요하면 국제공조를 통해서도 사고 수습에 최선을 다해야 할 것이다. 그런 점에서 국제원자력기구가 조사관을 파견하고 미국과 러시아 등이 지원에 나서는 등 비상한 관심을 보이는 것은 다행한 일이다.

일본의 원자력정책은 주변국을 불안케 해온 게 사실이다. 핵무기를 4천개나 제조할 수 있는 플루토늄을 보유하면서도 올해도 4백40㎏의 플루토늄을 유럽에서 해상수송해 각국의 항의를 받아왔다.

더구나 일본은 플루토늄을 향후 10년간 80여회나 더 반입할 계획이어서 언제 돌발사고가 일어날지 우려되는 상황이다. 그런 의미에서 그린피스의 일본 비판을 귀담아 들어야 할 것이다.

이번에 일본의 사고가 수습국면에 접어들었다지만 우리에게도 먼산의 불일 수는 없다. 국내에서도 원전사고는 올들어 지난해(11건)보다 많은 15건이 이미 발생해 안전에 빨간불이 켜진 지 오래다.

특히 지난해 이후 영광원전의 경우 운전자 실수로 수차례나 가동이 멈추는 등 사고가 자주 일어나고 있다. 그 원인이 행정지원 인력의 대폭 삭감 등 구조조정에 주로 있다니 이런 구조조정이 있나 싶은 생각이다.

정부는 원전건설의 불가피성만 앞세워 원전확보에만 치중할 것이 아니라 안전대책을 철저히 재점검하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

또한 동북아지역은 중국이 경제발전으로 황해안에 집중적으로 원전을 건설, 세계적인 원전밀집 지역이 되고 있다는 점에서 북한의 핵 감시와 더불어 원전 안전운영을 위한 국제공조체제를 갖춰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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