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마당] 발톱 조금 아픈데 CT부터 찍자는 병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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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며칠 전 발톱을 깎다가 오른쪽 엄지 발가락의 발톱이 살을 파고드는 것을 발견했다. 하루 이틀이 지나도 나아지기는커녕 발가락이 발갛게 부어오르면서 통증이 심해졌다.

임신 5개월째인 나는 약국에 가면 약을 먹으라고 할까봐 아예 처음부터 동네에 있는 D병원을 찾아갔다.

진료의사의 방에 들어가 발가락을 보여주려고 했더니 지금 보여줄 필요가 없다며 우선 CT촬영을 하고 오라고 했다.

CT촬영실에 들어가려다 보니 문 앞에 '임산부는 미리 얘기를 하세요' 라는 문구가 있어 사정을 얘기하고 촬영을 하지 않았다.

종합병원도 아닌 동네 작은 병원이 환자 상처는 보지도 않고, 더구나 크게 다친 것도 아니고 발톱이 파고드는 가벼운 증상을 갖고 다짜고짜 CT촬영부터 하라니 이해가 되지 않았다.

나중에 나온 검진 결과는 더 황당했다. 발에 작은 염증이 생겼는데 염증이 더 심해질 수 있으니 항암치료제를 투여해야 한다고 했다. 발가락 염증에 항암 치료제라니 못믿을 병원 같아 그냥 돌아왔다.

예전부터 일부 병원이 이같은 횡포를 부린다고 들어왔지만 내가 실제로 당하고 보니 참으로 한심하단 생각이 들었다.

유지연 <서울 광진구 자양2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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