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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이상이 즐길 '아티스트'가 없다…흥행음악만 양산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44면

4년째 10대 가요가 가요계를 평정하면서 '엔터테이너' 형 음악은 줄기차게 양산되고있으나 가요사를 선도할 '아티스트' (작가) 형 음악은 좀처럼 나타나지않고있어 가요문화의 불균형이 심화되고있다.

H.O.T처럼 음악, 춤, 외모등 다양한 요소로 대중 (주로 10대) 을 즐겁게해주는 엔터테이너도 필요하지만 작곡과 라이브 연주능력을 가지고 자신만의 장르를 파고드는 아티스트들도 중요한데 이들이 전멸위기를 맞았다는 것이다.

올해 음반을 낸 신해철.김현철.김종서등 우리 가요의 '허리' 가 돼온 30대 싱어송라이터들이 줄줄이 쓴잔을 맛봤으며 한영애.권진원.이정열등 블루스.포크 기대주들도 음반의 질에 비해 반응이 아직 약하다.

서태지와 아이들을 비롯한 댄스가수들이 '가요혁명' 을 주도하는 가운데 록.발라드.포크 가수들이 최소한의 자기지분을 유지하며 실험적 작품을 내던 95년까지와는 대조되는 빈곤한 상황이 4년째 계속되고있는 것.

'포스트 (後) 서태지 시대' 로 분류되는 96~99년은 훗날 가요사에서 '춘궁기' 로 기록될 듯하다.

대중음악사가 이영미씨는 "IMF로 사회전반이 하강국면에 접어들며 대중음악도 기존 장르의 흥행문법만 재생산하는 '속류' 적 상황에 처한 것" 으로 분석하고 있으며 가요평론가 강헌씨도 "80년대 조용필, 90년대 초반 서태지가 보여준 '아티스트' 적 카리스마가 무너지고 주류 가요계가 흥행논리에만 빠져있다" 면서 "새 음악을 주도할 천재를 키워내야할 시점 "이라 말한다.

또 가요평론가 임진모씨는 "H.O.T같은 10대 스타는 10대들의 .정서를 대변하는 엔터테이너로서 의미있고 중요한 존재" 라면서 "그러나 이런 10대 스타 외엔 인기가수가 전무한 상황은 문제다. 성인들이 좀더 적극적으로 가요문화에 참여해 장르 다양화를 북돋워야하며 음악인들도 성인들의 구매의욕을 자극할 힘있고 깊은 음반을 내놓아야 한다" 고 지적한다.

강찬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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