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적분위기로 인간내면 묘사-김명숙씨 8번째 개인전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44면

여덟번째 개인전. 88년부터 10년 넘게 적지 않은 횟수의 전시회를 열고서도 김명숙 (40) 이라는 이름은 미술계에 생소하다. 청주에서 칩거하다시피 하면서 작업만 고집해서일까.

그 흔한 대학 출강 한번 하지 않아서일까. 으레 지인들에게 둘러싸여 축하와 덕담을 건네받기 마련인 전시 개막일에도 작가는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금호미술관에 걸린 그의 작품은 작가에 대해 떠도는 풍문처럼 신비롭다. 가로.세로가 족히 2~3m에 달하는 커다란 그림. 규격 종이로는 원하는 크기가 나오지 않아 몇 개의 종이를 이어붙였다. 파스텔과 목탄.먹물.아크릴 물감을 섞어 칠한 복잡한 색. 그 속에는 나무가 있고 숲이 있고 사람이 있다. 아니, 숲은 있되 사람은 없고 사람은 있되 풍경은 없다.

그래서 쓸쓸하고 황량하다. 특히 1층에 걸린 인물화는 지나치리만큼 어둡다.

숲만 있는 그림은 사람을 부른다. 붙은 살 하나 없이 비쩍 마른 나무들. 그 사이로 나있는 오솔길은 관람객에게 어서와 이 풍경의 빈 자리를 채워달라고 말하는 듯하다.

반면 마치 양수를 떠도는 태아처럼 유영 (游泳) 하는 사람의 모습은 한없이 밑바닥으로 내려가고자 하는 몸부림처럼 다가온다.

그 밑바닥은 어디일까. 지방에 틀어박혀 그림에만 매달리는 면모를 떠올릴 때 작가는 그 몸부림을 통해 화가로서, 인간으로서 존재의 근원에 다가가려 애쓰는 것처럼 보인다.

신정아 큐레이터는 "서늘한 숲의 풍경과 영적인 분위기를 자아내는 인물을 통해 인간의 내면 풍경을 그려내는 것이 특징" 이라고 소개했다. 김씨는 이화여대 서양화과를 졸업하고 미국 휴스턴시립대 대학원을 수료했다. 26일까지. 02 - 720 - 5114.

기선민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