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복제의 미래…극단 연우무대 'AD2031 제3의 날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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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3면

"난 누구지? 지금 여기 서있는 게 나일까? 머리카락.눈동자.손.얼굴, 어느 것이 내 거지?…기억만이 내 것일까?…나만이 경험한 것, 그것이 나일까?"

아직은 우려의 단계에 불과하지만 만약 인간복제가 성행하는 날이 온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인간은 과연 그 세상을 이겨낼 수 있을까. 지금도 정체성의 혼란이니 뭐니 하면서 세상살이에 힘겨워하는 약한 존재인데.

연우무대의 'AD 2031 제3의 날들' 은 바로 이런 21세기에 다가올 인간복제에 관한 이야기를 심도있게 펼치고 있다.

복제인간의 출현으로 인한 정체성 혼돈과 기술의 불완전성으로 인한 기형적 존재의 출현, 그리고 여러가지 돌발상황 등 인간의 통제 밖에 놓이게 될 모든 가능성을 다루고 있는 것이다.

알듯 모를듯 신비감을 던져주는 제목은 이 연극이 벌어지는 시기인 서기 2031년, 그리고 제1의 날인 창조와 제2의 날 진화에 이은 '복제' 라는 제3의 날을 뜻한다.

연극의 스토리는 이렇게 전개된다. 생명공학의 발달로 인간복제가 가능하지만 세계생명과학연맹은 복제 실험을 금지한다.

연맹의 사사프라스 총장은 젊은 시절 인간복제 프로젝트에 참가했지만 태어나자마자 늙어버린 실패작 키이쉐이가 남긴 상처 때문에 인간복제에 절대반대하는 입장이다.

자신의 아들 누우 역시 유전자 결함을 가졌음에도 아내 수나의 고집으로 태어난 아이였다. 키이쉐이는 원한에 사무쳐 연쇄살인사건을 저지르다 사사프라스와 함께 프로젝트에 참가했던 생명과학자 웸마를 찾아간다.

웸마는 과학적인 욕심으로 키이쉐이에게 새로운 인간종 (種) 의 시조가 되라는 제안을 한다.

한편 누우는 자신의 아이를 임신한 애인 웨이 (사진) 를 아버지 사사프라스에게 소개시키는데 아버지는 수나와 너무 닮은 웨이를 보고 소스라치게 놀란다. 웨이는 수나의 복제인간이었던 것이다.

기형적 복제인간이 저지르는 폭력, 모르는 사이에 벌어지고 만 근친상간 등 충격적인 사건들은 인간복제를 둘러싸고 핑크빛 전망에 젖어있는 사람들에게 경각심을 던져준다. 30일까지. 02 - 744 - 7090.

안혜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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