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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림픽 마라톤] 이봉주 "더위는 내편" 영웅의 들판으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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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국민 마라토너' 이봉주(34.삼성전자)가 아테네에 입성했다. 이봉주는 현지시간으로 27일 오후 7시 아테네 시내 북쪽에 위치한 올림픽 선수촌에 입촌했다. 29일 오후 6시 아테네 동쪽 마라토나스에서 출발하는 마라톤 경기를 꼭 이틀 남겨놓은 시점이다.

선수촌에 도착한 오인환 감독은 "지난 4월 이후 중국 쿤밍, 스위스 생모리츠 등에서의 훈련이 계획대로 순조로웠다. 남은 시간 동안 충분한 휴식과 컨디션 조절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봉주는 현지시간으로 지난 8일 새벽 마라톤 코스 일부 구간(15~33㎞)을 실제로 뛰어본 뒤 지금까지 아테네에서 북쪽으로 100㎞ 떨어진 휴양도시 시바에서 마무리 훈련을 했다.

최근 이봉주에게 가장 힘든 일은 밥 먹는 일이었다. 23일부터 이틀간은 고기와 물만 먹은 뒤 25일 죽, 26일 찹쌀밥, 27일부터는 자장면을 먹도록 식단이 짜였다.

이 식사법은 경기 당일 필요한 에너지를 내는 글리코겐을 최대한 몸에 축적시키기 위해서다. 몸 안에 부족한 게 생기면 다음에 더 많이 저장하려는 인체기능을 이용한 방법이다.

처음 2~3일간은 고기와 물만 섭취해 근육 내 글리코겐을 완전히 빼낸 뒤 나머지 3일은 탄수화물만 집중적으로 먹어 글리코겐을 몸에 축적시키는 게 일반적이다. 고기도 소금기와 기름기를 모두 빼 맛도 없고, 매일 똑같은 식사를 한꺼번에 많이 먹어야 하기 때문에 서른세번째 풀 코스에 도전하는 베테랑 마라토너인 이봉주도 식이요법만큼은 견디기 힘들었다고 한다.

이봉주의 승부처는 레이스 후반부다. 오르막이 많은 30㎞ 정도까지는 선두권을 유지한 뒤 이후 치고 나간다는 전략이다.

오인환 감독은 "250m에 달하는 표고차와 체감기온으로 섭씨 40도가 넘은 혹독한 조건은 지구력이 좋은 이봉주가 스피드가 좋은 아프리카 선수들을 따돌릴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이봉주와 함께 '다크호스'로 기대를 모으는 지영준(23.코오롱)과 이명승(31.삼성전자)도 원조 마라톤 코스 도전 준비를 끝냈다. 이봉주에 이어 현역 국내 랭킹 2위(2시간8분43초)인 지영준은 지난 11일 아테네에 들어와 2주 넘게 현지 코스에 적응을 마쳤다. 지영준은 "풀코스에 여섯번째 도전이고 올림픽은 처음이지만 패기만큼은 절대 뒤지지 않는다"며 자신감을 나타냈다.

아테네=김종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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