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민련 빼면 총선 힘들다'…신당 속도조절론 급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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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국민회의 내부에서 신당 창당을 늦추자는 '속도조절론' 이 급부상하고 있다.

국민회의와 자민련의 합당가능성에 대한 김종필 총리의 16일 긍정적 언급이 도화선이 됐다.

국민회의와 각계 전문가, 재야.시민단체 인사 등 이른바 'α' 세력이 참여하는 '1+α' 신당 작업이 앞서나갈 경우, 자민련이 참여하는 '2+α' 식 창당에 차질이 올 수 있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합당론자인 설훈 (薛勳) 의원은 17일 "지금은 신당의 이념.방향을 가다듬는 데 주력해야 하며 영입 등 조직작업은 늦출 필요가 있다" 고 말했다.

薛의원은 "자민련과의 합당이 이뤄지면 신당이 확실한 안정세력이 되고 더 좋은 사람들을 영입하는 시너지효과를 얻을 것" 이라고 주장했다.

물론 '속도조절론' 에 대한 반대론도 만만치 않다.

창당추진위 김민석 (金民錫) 대변인은 "창당준비위 발족 일정 (10월 21일) 은 상수지만 자민련과의 합당가능성은 변수에 불과하다" 며 "변수 때문에 상수가 흔들릴 수는 없는 것 아니냐" 고 반문했다.

그러나 대세는 '속도조절론' 쪽이다.

김영삼 (金泳三) 전 대통령이 민주산악회의 깃발을 접어둔 상태에서 2여 합당만이 내년 총선에서 단일 야당인 한나라당을 누를 수 있는 유일한 카드라는 게 대다수 의원들의 판단이다.

사안의 민감성 때문에 공개적 언급은 자제하고 있지만 상당수 의원들은 "자민련과의 합당가능성을 열어놓아야 한다" 고 입을 모은다.

이인제 (李仁濟) 당무위원은 "JP를 만나 합당의 당위성을 설득하겠다" 며 적극성을 보였다.

이런 가운데 여권 핵심부 일각에서 '속도조절론' 을 김대중 (金大中) 대통령에게 건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고위관계자는 "신당의 비전을 제시하는 대국민 세일즈가 먼저 이뤄져야 하는데, 조직작업이 너무 앞서갔다는 점을 말씀드렸다" 고 전했다.

이같은 기류에 대해 창당추진위의 외부인사들은 민감하게 반응한다.

총무위원장인 이재정 국민정치연구회 이사장은 "DJP간 합의에 의한 당대당 통합방식에는 반대한다" 며 "다만 자민련 인사들의 개별적인 참여는 아무 문제가 없다" 고 언급했다.

신당 창당의 속도조절에 대해 DJ가 어떤 식으로 교통정리를 할 지 주목된다.

이하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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