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리샘] 극장가의 새 풍속도 '연인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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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8면

모처럼 영화 한 편을 보기 위해 최근 신촌에 자리한 모 극장을 찾았던 30대 중반의 한 관객. 상영관으로 들어서면서 그는 특이하게 생긴 빨간색의 좌석을 보고 좀 놀랐다.

상영관 한 켠의 의자들이 다른 쪽 자리와 컬러만 다른 게 아니라 두 사람은 족히 앉을 수 있는 모양이었기 때문이다.

상영시간이 되자 다정하게 손을 잡은 젊은 남녀들이 차례로 들어와 그 자리를 채우기 시작했다. 일명 '연인석' (戀人席) 이라 불리우는 자리를 그는 그날 처음 본 것이다.

극장에서 연인석을 만들기 시작한 것은 1년 전부터. 극장 관계자에 따르면 예매표가 나갈 경우 1인석보다는 연인석이 먼저 동난다고 한다.

표를 사는 남자친구에게 오히려 여성들이 나서서 "연인석 달라고 해" 라고 속삭이는 풍경도 눈에 많이 띈다고 한다.

연인석을 찾다가 매진됐을 경우엔 아예 다음 회를 예매하는 젊은이들도 있다.

극장 관계자는 "처음엔 관객이 기피하면 어떡할까 걱정했는데 반응이 좋아 다행" 이라며 "하지만 연인석이든 아니든 요즘 젊은이들은 밝고 쾌적한 환경을 중요하게 여긴다" 고 말했다.

세상이 변하고 관객도 변했다. 예전에 연인들에게 위안이 되어준 음침하고 냄새났던 극장의 뒷좌석이 이제는 상영관의 절반을 차지하는 쾌적한 '연인석' 으로 당당하게 '커밍아웃' 한 셈이다.

이은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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