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간 베를린 협상 타결로 우리 정부의 대북 포용정책에도 힘이 붙었다.
포용정책의 실무 사령탑인 임동원 (林東源) 통일부장관은 14일 "동북아 대량 살상무기 해체와 북.미 관계 개선이란 여정 (旅程) 의 출발점에 섰다" 고 의미를 부여했다.
무엇보다 남북관계도 "다시 기지개를 켤 때가 왔다" 는 게 정부의 판단이다.
현 정권 출범과 함께 '한반도 냉전 (冷戰) 해체' 라는 원대한 목표를 갖고 출발한 포용정책은 올들어 서해 교전사태와 금강산 관광객 억류사건으로 우여곡절을 겪었다.
금창리 지하 핵 (核) 의혹시설 문제가 풀리는가 했더니, 뒤이어 대포동 2호 재발사 문제가 발목을 잡았다.
베이징 (北京) 남북 차관급 회담조차 결렬되자 정부의 통일정책 담당자들은 내심 가슴졸여왔다.
이제 미사일 모라토리엄 (발사유예) 과 경제제재 완화를 맞바꾼 베를린 협상의 유화적 분위기에 남북관계도 휩싸일 것으로 정부는 기대하고 있다.
정부 관계자는 "북한을 대화로 끌어들이는 페리 보고서의 로드맵 (길잡이)에 한국만 예외일 수 없다" 고 강조했다.
정부의 이런 믿음에는 포용정책 추진으로 북한에 대한 우리의 영향력이 두드러지고 있다는 자신감이 깔려 있다.
북한이 겪고 있는 세가지 어려움 (식량.에너지.달러) 중 미국이 식량 (올해 60만t) 과 중유 (重油.94년부터 한해 50만t) 를 지원하고 있다면 달러는 우리 몫이다.
금강산 관광 대가로 지난해 11월~올 8월말 북한에 송금된 달러는 1억7천4백만달러 (2천80억원 상당) . "북한이 돈맛을 알기 시작했다" 고 우리측은 파악하고 있다.
그러나 북한이 미국과의 접근에만 비중을 두는 이른바 '통미봉남 (通美封南)' 의 상황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정부 내부에 있다.
"미사일 모라토리엄은 현재의 위협을 일시 중지시킨 상태인 만큼 성급한 낙관은 곤란하다" 는 지적이다.
북한의 태도 돌변이나 미 의회의 대 북한입장 강경 선회 등이 남북관계의 장래를 막는 요인으로 등장할 수 있다.
서해 연평해전 같은 암초 (暗礁)가 돌출할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남북화해로의 큰 물줄기는 가닥을 잡은만큼 '쉽게 바뀌지 않을 것' 이라는 게 정부의 확신이다.
정부는 이런 기세를 몰아 남북회담 정례화와 기본합의서 (92년 2월 발효) 이행체제를 갖추는 데 주력할 작정이다.
장기적으로 포용정책과 한.미.일 3국의 대북 포괄접근을 적절히 조화시켜 한반도 평화정착의 틀을 다질 생각이다.
이영종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