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바오 “김정일, 南과 관계 개선 의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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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대통령, 원자바오 중국 총리, 하토야마 일본 총리(왼쪽부터)가 10일 중국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한·중·일 정상회담 후 공동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베이징=연합뉴스]

북한의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남한과 관계 개선 의지를 피력했다고 원자바오(溫家寶) 중국 총리가 말했다. 원 총리는 10일 오전 이명박 대통령, 하토야마 유키오(鳩山由紀夫) 일본 총리와의 베이징 정상회담 직후 3국 공동기자회견에서 “북측은 미국뿐 아니라 한국ㆍ일본과도 관계를 개선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김은혜 청와대 대변인에 따르면 원 총리는 오후에 열린 한·중 정상회담에서도 “남북 관계개선에 대한 의지를 전달해달라”는 김 위원장의 뜻을 이 대통령에게 전했다.

이날 회담에서 정상들은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한 6자회담의 조속한 재개를 위해 공동 노력하기로 했다. 정상회담은 이 같은 내용의 ‘3국 협력 10주년 기념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정상들은 또 북핵 문제와 관련, 이 대통령이 지난달 미국 방문 때 제안한 ‘그랜드 바긴(일괄타결)’의 취지에 공감하고 협의를 추진해나가기로 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오후 원 총리와 양자 회담을 한 데 이어 후진타오(胡錦濤) 중국 국가주석도 면담한 뒤 밤늦게 귀국했다.

김은혜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6자회담이 한반도 비핵화를 위해 가장 유용하고 실질적인 틀이라는 데 한ㆍ중ㆍ일 정상이 모두 합의했다”고 말했다. 실제 공동기자회견에서 이 대통령은 한반도 비핵화와 관련, “국제공조가 필요하고, 거기(공조)의 중심은 6자(회담 참가)국이라는 결론이 나올 수 있었다”고 말했다. 원 총리도 최근 중국 정부의 대북 원조 결정에 대해 설명하며 “중국 측이 한 일은 6자회담 추진을 위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토야마 총리는 “이른 시일 내 (북한의) 6자회담 복귀가 이뤄졌으면 좋겠다”고 기대했다. 3국 정상은 ‘10주년 공동성명’에서도 “평화적 방법을 통한 한반도의 비핵화를 지속적으로 추구할 것”이라며 “6자회담의 조속한 재개를 위해 여타 당사국들과 공동의 노력을 기울 것”이라는 데 뜻을 모았다.

이날 회의에서는 이 대통령이 제안한 ‘북핵 그랜드 바긴’에 대해 3국 정상들 간 공감대도 형성됐다고 한다. 하토야마 총리는 기자회견에서 “북한의 핵개발과 탄도미사일 개발뿐 아니라 (일본인) 납치 문제가 현안”이라며 “이들 문제를 포괄적으로 해결하겠다는 게 일본의 생각이고, 이는 이 대통령의 그랜드 바긴과도 통하는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이에 앞서 원 총리는 회의에서 그랜드 바긴에 대해 “개방적 태도로 적극 협의해나가겠다”고 말했다고 한다. 중국 외교 관계자들은 그랜드 바긴을 ‘대교역(大交易)’으로 부르며 관심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대통령은 한편 김 위원장의 대남 관계 개선 메시지에 “북한이 핵을 포기한다면 언제든 만날 수 있다”고 원 총리에게 답한 것으로 김 대변인은 전했다.

최근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정상회담을 한 원 총리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방북 동안 김 위원장과 같이 있었던 시간은 10시간 정도”라며 “가장 긴 면담은 4시간이었다”고 소개했다. 그러고는 “(김 위원장이) 6자회담에 대해 유연성을 보였다”며 “양자와 다자 채널을 통해 (핵 문제) 해결을 희망한다고 했다”고 면담에서 나온 김 위원장의 발언을 전했다.

베이징=남궁욱 기자 periodista@joongang.co.kr | 제135호 | 20091010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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