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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탄테러 모스크바가 떨고 있다…올 5번째 발생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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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모스크바 = 김석환 특파원]잇따른 폭탄테러 때문에 모스크바가 공포에 떨고 있다.

다게스탄.체첸 등 각 지역의 분리주의 세력들의 무장투쟁이 모스크바 등 주요도시에 대한 무차별적인 테러공격으로 변질돼 무고한 시민들을 희생양으로 삼으려 한다는 것이다.

금년 들어서만 모스크바에서 4건의 폭탄테러가 이미 발생했다.

하지만 당국은 단 한명의 범인도 체포하지 못했고 시민들의 희생만 늘어나고 있다.

지난 9일의 아파트 폭탄테러 때는 92명이라는 무고한 시민들이 목숨을 잃었다.

시민들은 당국의 강력한 조치와 대응을 촉구하고 있다.

연방보안부 (FSB) 등 당국이 무얼하느냐는 비난도 쏟아지고 있다.

다게스탄.체첸 등지에 대한 대응이 너무 안일하다는 비난도 나온다.

러시아 군대가 도대체 2천~3천명에 불과한 분리주의 세력들을 몰아내는 데 그렇게 오랜 시간이 걸리느냐는 불만들도 있다.

이같은 불만은 군부는 물론 시민들과 정치권 모두 마찬가지다.

테레호프 장교동맹 의장, 빅토르 일류힌 국가두마 (하원) 국방위원장 등은 "지난 93년 이래 국방개혁이라는 이름으로 진행돼온 군에 대한 지원감소로 군의 사기가 극도로 저하된 때문" 이라며 개혁정책을 비난하고 나섰다.

이 때문에 9일의 테러사건후 부터는 FSB 등 일부 무력부처와 크렘린내 강경파들 사이에서 비상조치를 건의했다는 소문들이 나돌고 있다.

실제로 11일부터 권부 소식통들 사이에선 최근의 모스크바 사태와 다게스탄 등지의 상황을 이유로 들어 비상사태를 선포할 것이라는 소문이 꼬리를 물고 있다.

물론 비상사태를 선포할 경우 자칫 정치적 수세에 몰린 크렘린의 음모설과도 연관돼 12월로 예정된 국가두마 선거와 내년 6월의 대통령선거 등 정치일정 중단과도 연결될 수 있다.

이 때문에 예고르 스트로예프 상원의장은 11일 이례적으로 "비상조치를 명분으로 정치일정을 중단하려 하는 기도는 실패할 것" 이라고 강력히 비난하고 나섰다.

하지만 13일 발생한 또다른 테러는 이러한 반대 분위기를 점점 약화시키고 있다.

테러 공포에 놀란 시민들이 점점 더 강력한 조치를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과연 비상조치가 선포될 것인가.

러시아의 분위기는 점점 더 한치앞도 내다볼 수 없는 정치상황으로 흘러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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