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공산당 내 권력 집중 막아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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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중국에서 ‘당내 민주화’ 논의가 갈수록 핵심 화두로 부상하고 있다. 지난달 끝난 중국 공산당 17기 중앙위원회 4차 전체회의(17기 4중전회)에서 후진타오(胡錦濤) 국가주석 겸 중국 공산당 총서기(당 서열 1위)가 당내 민주화를 지속 추진하겠다고 선언한 뒤부터다.

차기 지도자로 가장 유력한 시진핑(習近平·당 서열 6위·사진) 국가 부주석은 9일 공산당 기관지인 인민일보에 1만8000자에 이르는 ‘새로운 형세 하에서 당 건설을 강화하고 개선하는 강령이 담긴 문건’이란 기고문을 실었다. 이 문건에서 시 부주석은 ▶마르크스 주의의 중국화·시대화·대중화를 추진하고 ▶사회주의 핵심 가치를 당원과 당 간부에게 학습시키고 ▶당의 영도 제도를 견지하되 보완하고 ▶당무를 적극 공개해 당내 정보가 상하로 소통되게 하자고 강조했다.

그는 또 ▶지방 당 대회 제도를 정비해 기층 대중의 참여 비율을 높이고 ▶당내 선거 제도를 개선해 기층 당 대표는 당내 선거와 주민 추천을 함께 반영하고 ▶주요 의사 결정은 당내 토론으로 정하며 ▶ 재덕(才德)을 겸비한 인재를 적극 당에 수혈하자고 촉구했다. 그는 특히 “당내에서 청렴성을 강화하고 부패를 척결하고 당내 민주화와 기층 당 조직간부들에 대한 직접선거 범위를 넓히고 당무 공개 범위를 확대하며 민심을 반영하는 채널을 확대해야 한다”고 밝혔다.

시 부주석은 ‘당내 민주화를 촉진하고 부패를 막기 위해 권력 집중 현상을 막아야 한다’는 취지의 언급도 했다.

중국 정가 소식통은 “시 부주석의 글은 17기 4중전회에서 논의된 내용을 실무그룹이 정리해 대외에 공표한 것”이라며 “개인 의견보다는 17기 4중전회의 입장으로 봐야 한다”고 전했다. 이 문건의 주요 취지는 아래부터 당내 민주화를 적극 추진해 위로의 변화를 촉진하자는 취지로 풀이되고 있다. 이에따라 당내 민주화라는 민감한 화두가 중장기적으로 당내 고위직으로 확대될 경우, 향후 후 주석의 후계 구도를 놓고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홍콩의 문회보는 “시 부주석의 기고문을 총체적으로 분석하면 지도자의 독단으로 회의가 진행되고 인사 결정과 예산 문제도 말 한마디와 서명 하나로 다 결정되는 등 한 사람의 머릿속에서 모든 것이 이뤄지는 권력 집중 문제를 향후에 중점적으로 해결해야 한다는 의미가 있다”고 보도했다.

중국 공산당은 17기 4중전회에서 지방 당 간부들에 대한 직선제를 확대하고 지방 당 대표대회 상설화를 추진하는 등 견제와 균형 시스템을 도입하기로 한 바 있다. 공산당이 당내 민주화라는 민감한 화두를 거듭 강조하는 것은 서방 등 외부의 도전을 차단하면서 내부에서 합의를 통해 권력 기반을 안정시키고 장기 집권의 토대를 구축하려는 복합적인 의도가 담긴 것으로 분석된다.

시 부주석은 17기 4중전회 기간 중앙군사위 부주석에는 임명되지 않았다. 그러나 이변이 없는 한 2012년 제18차 전국대표대회(18전대)에서 후 주석의 후임이 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베이징=장세정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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