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 국민형 내달 출시에 PC시장 '동작그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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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국내 PC시장이 얼어붙었다. 정부가 주도한 국민PC (90만원대 펜티엄Ⅱ급) 의 다음달 출시를 앞두고 찾는 사람이 뚝 끊겼기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서도 PC 판매를 위탁받은 우체국에는 벌써부터 국민PC에 대한 구입과 자금 융자에 관한 문의가 쇄도하고 있다.

이렇게 되자 PC 제조업체와 용산전자상가 등의 PC 유통점들은 고객을 빼앗기지 않으려고 가격인하에 나서거나 검토에 들어가는 등 부산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 얼어붙은 PC시장 = 서울 용산전자상가는 시름에 잠겼다. PC 거래 건수가 평소에 비해 절반 수준으로 떨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전문조립업체인 CC마트의 경우 전국 대리점을 통해 여름에도 하루 2백대 정도를 팔았지만 요즘은 주문량이 1백대로 떨어진 형편이다.

대기업 사정도 마찬가지. 삼성전자는 이달 들어 PC 매출이 지난달에 비해 30%나 떨어졌다.

회사측은 "추석을 앞두고 매출이 조금 줄어드는 경우는 가끔 있었지만 이처럼 갑자기 얼어붙기는 처음" 이라고 말했다.

LG - IBM도 7월말 정보통신부의 국민PC 계획이 발표되면서 8월 매출이 10% 줄어든 데 이어 이달 들어서도 6월 수준도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 바빠진 우체국 = 우체국에는 문의전화가 빗발치고 있다. 오는 20일부터 우체국을 통해 한달에 2만8천원씩 두달만 내면 저가 인터넷PC를 살 수 있는 '컴퓨터적금' (36개월 만기) 제도를 실시할 예정인데 이에 대한 문의가 급증하고 있는 것.

특히 바빠진 곳이 대학구내 우체국. 서울대우체국 신병호 국장은 "컴퓨터적금에 대한 문의가 하루 50건이 넘는 것을 보면 대학생들의 관심이 무척 큰 것 같다" 고 말했다.

연세대우체국 최양희 국장도 "가입방법.금액.시기에 대한 문의가 많아 교직원과 학생들을 상대로 설명회를 가질 생각" 이라고 밝혔다.

◇ 왜 이러나 = 정부의 국민PC 보급계획이 확정되면서 대부분의 수요가 대기상태로 들어갔기 때문. 용산전자상가의 한 관계자는 "대기업의 경우 그나마 브랜드 이미지로 명맥을 유지할 수 있지만 조립PC업체들은 결정적인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 고 말했다.

게다가 최근 PC의 주력제품이 펜티엄Ⅱ에서 펜티엄Ⅲ로 돌아설 기미를 보임에 따라 고급제품을 찾는 사람들도 일단 구매를 뒤로 미루고 있어 PC시장은 더욱 얼어붙고 있다는 것이다.

◇ 업체들의 대응 = 삼성전자.삼보컴퓨터 등 주요 PC업체들은 우선 국민PC와 비슷한 계열의 제품가격을 낮추는 대응방안을 내놓았다.

삼보컴퓨터가 이달초 셀러론 4백33㎒ 제품가격을 1백6만원 (모니터 제외) 으로 인하한 데 이어 삼성전자도 다음달초 비슷한 가격의 제품을 선보일 예정이다.

국민PC와 차별화하려는 전략도 있다. 국민PC가 펜티엄Ⅱ인 것을 감안, 이보다 상위기종인 펜티엄Ⅲ에 대한 영업을 강화하고 있는 것.

삼보는 올초 3백만원대였던 펜티엄Ⅲ 4백50㎒제품 가격을 이달초 1백49만원 (모니터 제외) 으로 대폭 낮췄다.

LG - IBM도 펜티엄Ⅲ 4백50㎒제품의 정가를 2백15만원으로 책정했지만 수도권 대리점의 경우 1백60만원선에 거래할 수 있도록 허용, 사실상 가격인하를 단행했다.

PC업그레이드 전문업체인 컴닥터119도 펜티엄Ⅲ에 대한 영업강화를 위해 관련 부품의 대량확보에 들어갔다.

또 국민PC에 참여할 업체들이 중소규모인 만큼 유통망이 취약할 것으로 보고 대기업마다 대리점에 대한 인센티브를 늘리고 보다 많은 영업재량권을 주는 등 부산한 움직임이다.

삼성전자의 경우 대리점이 정할 수 있는 가격의 범위를 크게 넓혀 주었다. 대기업들은 일단 국민PC와의 가격차를 15만~20만원 정도까지 낮추면서 그 간격을 다양한 소프트웨어들을 끼워주는 식으로 메운다는 생각이다.

이민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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