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력과 영화의 관계분석…박종성교수著 '정치와 영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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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오늘날 영화는 가장 강력한 '문화 권력' 이자 '사회적 자원' 이다.

이는 영화가 자본주의의 생리에 걸맞게 문화산업적 요소를 스스로 개발.재생산하는 구조로 변신을 거듭한 결과다.

이 와중에 '영화의 정치성' '정치의 영화성' 이라는 표현까지 등장하고 있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이런 의문에 심층으로 접근한 서원대 박종성 (46.정치학) 교수의 '정치와 영화' (인간사랑.1만7천원)가 발간돼 주목을 끌고 있다.

우선 영화의 정치성은 최고 권력으로서의 영상이 순간순간 대중을 통제하고 재흡인하는 메커니즘을 확보,가장 보편적인 대중예술의 자리를 차지한 것에서 쉽게 드러난다.

정치의 영화성은 얼핏 '정치 영화' 또는 '정치색이 짙은 영화' 을 떠올리기 십상이다.

그럴 만도 한 것이,가령 전체주의 정치 이데올로기를 저항이 덜하고 전파력이 뛰어난 미디어에 이입 (移入) 시키고자 함은 당연한 이치다.

특히 영화라는 보편적 예술장르를 통해 공감대를 형성하고 인식의 지평을 넓힐 수 있음은 이미 확인된 것 아닌가.

이에 저항하는 방식의 '혁명 영화' 역시 정치적이기는 마찬가지다.

저자는 책을 통해 권력과 영상의 상관관계를 규명하는데 주력하고 있다.

권력은 영상의 서사구조와 이미지 조작 가능성을 수시로 엿보고 있으며 영화는 미국 할리우드 영화가 대변하듯 거대자본의 논리에 약점을 나타내기 일쑤라는 분석이다.

최악의 경우 영화가 권력의 종속물로 전락할 우려도 없지 않다.

권력과 영화 사이에 생기는 골은 바로 여기서 비롯된다.

세기말 포스모던한 사회구조 속에서 영화는 영화 자체의 상상력 고양을 위해 고의적으로 정치성을 배제하려는 노력의 일단을 드러내고 있다.

유럽의 예술영화 고집이 그렇고 이데올로기가 침투할 여백 자체를 남기지 않으려는 실험과 해체작업, 특히 저예산 영화 역시 그런 움직임의 산물이다.

문제는 이에 대한 권력의 대항으로 성 (性) 의 정치학과 폭력 이미지를 영화 속에 침투시키고 있다는 점이다.

한국의 정치권력.영화의 상관관계는 이런 일반적 상황보다 더 심각하다.

박 교수의 표현에 의하면 한국영화는 '정치에의 예종 (隷從)' 이라 불러야 할 정도다.

특히 저자는 영화의 학문적 저변이 영화 그 자체보다도 더 빈곤한 현실로 인해 이 구도를 쉽게 극복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그렇다면 우리 영화는 지배권력의 장식적 기능만 가질 수밖에 없는 것일까. 이런 흐름에 대해 박 교수의 관점은 비교적 명쾌하다.

"영화는 권력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오히려 권력이 영화를 두려워 할 뿐이다. " 미셀 푸코는 '도처에 권력이 있다' 고 했다.

그리고 질 들뢰즈는 '모든 게 이미지' 라는 말을 남겼다.

여기서 '도처 = 모든 것' '권력 = 이미지' 라는 두개의 등식을 끌어낼 수 있다.

의미를 조금만 확대해석하면 '영화는 정치고 정치는 영화' 라는 명제도 나온다.

허의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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