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담과 과학] '아침에 안개가 끼면 이마가 벗어진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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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3면

'아침에 안개가 끼면 이마가 벗어진다' 는 속담은 아침에 안개가 끼는 날은 이마가 벗어질 정도로 햇빛이 세게 내려 쪼여 매우 덥다는 의미. 이 속담이 아니라도 흔히 아침에 안개가 끼면 오후에는 날씨가 맑다고들 한다.

과연 왜 그럴까. 새벽 안개는 주로 봄.가을 고기압권 내에서 구름 없는 맑은 날에 생긴다. 맑은 날 밤에는 해가 지고 난 뒤 빠른 속도로 땅이 식으며 땅 주변의 공기가 위쪽 공기보다 차게 된다.

이때 대기중의 수증기가 이슬점 온도 이하가 돼 땅과 접해있는 하층 대기에서 안개가 생기는 것. 이때 생기는 안개는 지상 수m 정도에 지나지 않으며 해가 뜨면 대기의 온도가 상승하고 물방울이 증발해 서서히 없어진다.

해가 쨍쨍 비치고 맑았던 날 밤이라야 땅 주변의 공기와 위쪽 공기간의 차이가 많이 나 다음날 새벽까지 안개가 낄 확률이 높아진다. 따라서 다음날 맑은 날씨가 계속될 가능성도 그만큼 커지는 것. 그러나 새벽에 안개가 낀다고 항상 맑은 날씨가 오는 것은 아니다.

오후가 돼도 사라지지 않는 안개는 땅이 냉각돼 생긴 것이 아니라 저기압 접근으로 습한 공기가 유입돼 생겼기 때문에 날씨가 흐려진다.

수증기가 응결돼 생긴다는 점에서 안개는 본질적으로 구름과 다를 바가 없다. 구름의 바닥이 지상에 도달한 것이라고 보면 된다.

하천이나 강.호수.바다같이 수증기의 공급원이 있는 지역에서 안개가 자주 생기는 것은 이 때문이다.

최근 대기오염이 심해지며 아침에 복사냉각에 의해 생긴 안개에 대기오염 물질이 붙어 연무 (煙霧) 현상을 일으키기도 한다.

최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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