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로 뛰쳐나온 소극장 폭소무대-KBS2'개그콘서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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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6면

KBS에 '극단' 이 하나 탄생했다. 이름하여 '개그콘서트 극단' . 4일 KBS2에서 첫 방송을 내보내는 '개그 콘서트 - 토요일 밤의 열기' (밤 9시) 를 만드는 9명의 코미디언과 10여명의 제작진이 그 '단원들' 이다.

'개그 콘서트' 는 코미디언 9명이 다양한 장르의 코미디를 묶어 한 편의 공연처럼 전달하는 실험적인 프로그램. 매주 한 편 공연을 올리는 심정으로 노력하다 보니 극단과 같은 끈끈한 관계를 맺게 됐다.

물론 이 극단의 대표는 박중민PD지만, 현장 사령관은 '코미디계의 정신적 지주' 전유성과 '대모' 김미화. 중견급인 백재현.심현섭이 뒤를 받치고 신인급인 김경희.김대희.김지혜.김영철.김준호 등 '5김' 이 맹활약을 펼친다.

이 프로그램이 표방하는 것은 '정통 코미디의 부활' 이다. 제작진은 버라이어티쇼에게 빼앗긴 인기를 되찾는 것은 물론이고, 그동안 TV에서 접할 수 없었던 신선한 웃음을 전달하겠다는 의지를 보인다.

공연 형식을 취한 것도 이 같은 이유에서다. '컬트 삼총사' 등 대학로 소극장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코미디 공연을 안방극장에 맞게 접목시킨다는 것. 대학로 소극장 콘서트를 TV로 옮겨 성공을 거둔 KBS의 '이소라의 프로포즈' 와 비슷한 전략이다.

'개그 콘서트' 의 개국공신은 중견 코미디언 김미화. 갈수록 힘을 잃고 있는 코미디계에 새로운 활로를 모색하던 중 전유성과 박중민PD를 만나 함께 고민한 끝에 이 프로그램의 아이디어를 냈다.

"재능있는 후배들이 성장하지 못하는 것이 아쉬웠어요. 이 친구들에게 길을 열어주고 싶었죠. 또 제 자신의 전문성도 키우고 싶었고요. " 이 프로의 특징은 '스피드 코미디' 다.

1~2분 정도의 짧은 콩트 10여개를 숨쉴 틈 없이 연결해 보여준다.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 나 '한석봉과 어머니' '백설공주' 등의 이야기를 패러디하거나 내시 이야기, 발레 등을 코믹하게 묘사했다. 심현섭과 김영철의 성대모사도 절묘하다.

80년대 수준을 크게 넘지 못해 진부한 감은 있지만 공연이라는 특성을 이용한 점은 참신한 느낌을 준다.

스피드 코미디 외에도 공연 '난타' 와 유사한 타악 연주 코너나 '전유성의 개그 클리닉' '요요 공연' 등이 공연의 화려함을 전달한다.

가장 재미있는 코너는 '앵콜 공연' .앞서 보여준 스피드 코미디를 또다시 패러디해 통쾌한 웃음을 전달한다. 방청객 중 한 명이 나와 즉석 개그를 보여주기도 한다.

하지만 이 프로그램은 몇 가지 과제를 극복해야 한다. 우선 전달력 문제. 공연 형식이어서 공개홀을 찾은 7백여명의 관객은 뜨거운 반응을 보내지만 시청자에게는 다소 무미건조하게 느껴진다.

또 조명이나 음악, 다양한 소품을 이용해 웃음을 만들어내려는 창의적인 노력도 필요하다.

박중민PD도 "아직 완결된 상태는 아니다. 하지만 팀워크를 계속 맞추고 아이디어를 짜내고 있기 때문에 점점 나아질 것" 이라고 말한다.

가능성은 있다. 연기자와 스태프 모두가 하루도 빼놓지 않고 오후7시부터 새벽1시까지 회의와 연습을 한다는 점 하나만 보더라도 '정통 코미디의 부활' 이 불가능한 일은 아닌 것 같다.

문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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