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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 단행본 20권 출간 '니나 잘해' 은근히 인기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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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1면

만화 격주간지 '찬스' (학산문화사)에 연재 중인 조운학.심경희 콤비의 청소년물 '니나 잘해' 20권이 최근 발매됐다.

한 작품이 단행본으로 20권을 넘어섰다는 건 우리 만화계에서 충분히 화젯거리가 될 만하다. 80년대 이현세.박봉성 등의 만화가 그랬듯이 이른바 '공장' 식 분업 체제에서 대량 제작되던 대본소용 만화의 경우 20~30권 그리는 일은 보통이었다.

하지만 통상 3개월 연재분을 모아야 한 권이 묶어지는 코믹스 (comics) 는 작가의 지구력.독자 반응 등 여러 변수가 작용하기 때문에 '20권 발매' 는 특별한 사건이라 할 수 있다.

90년대 들어 이처럼 만화잡지에서 롱런하는 경우는 '검정 고무신' (글 도레미.그림 이우영) 이나 '열혈강호' (글 전극진 그림 양재현) 등 몇 작품에 불과하다.

'니나 잘해' 의 장수 비결은 국내에서 메가히트를 쳤던 농구만화 '슬램덩크' 류의 양자 대결 구도로 흥미와 긴장감을 유발하면서도 성장 소설의 요소를 가미한 독특한 맛에 있다.

스토리 전개의 기본은 라이벌 용용 고등학교와 팔팔 고등학교의 한가락 한다는 '주먹' 들 중에서 과연 누가 최강자인가를 가리기 위해 펼치는 수없는 대결.

싸움엔 일등이지만 공부는 꼴찌인 주인공 충치와 항상 초미니 스커트만 입는 통에 보는 이의 애간장을 졸이는 여장부 연두, 연두를 사이에 놓고 충치와 연적이 된 충치 친구 장보고, 교내 최고 폭력서클의 보스이자 묘한 카리스마를 뿜어내는 이후 등 개성 강한 등장인물들이 빚어내는 사랑.방황.갈등의 에피소드가 여기에 오버랩된다.

학산문화사 박성식 편집팀장은 "흔히 만화평론가들이 극찬하는 '작품' 은 아니지만 오락물이 주는 아기자기한 재미가 일품" 이라고 소개했다.

또 '슬램덩크' 의 고릴라 농구주장 채치수 같은 일본만화 캐릭터를 깜짝 출연시킨다든가, '야후' 의 윤태호씨 같은 인기만화가를 항상 식은 땀을 흘리며 책만 들입다 파는 공부벌레 반장으로 등장시키는 등 유머에 대한 치밀한 배려도 청소년팬들을 만4년째 붙들어놓는 요인으로 분석된다.

작가 조운학 (46) 씨는 '니나 잘해' 를 발표하기 전에는 주로 대본소용 성인만화를 그려왔다.

'휘파람' '데드라인' 등에서 조씨와 콤비로 활동해 온 스토리작가 심경희 (36) 씨 역시 잡지 연재는 이번이 처음이다.

20대 젊은 작가들이 군림해온 만화잡지계에서 '노장파' 들이 보여주는 역투라 더욱 화제를 모으고 있다.

기선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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