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이기고 디지털 사진 전문가로 명성 이인선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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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7면

교통사고로 척추가 끊어지는 시련을 딛고 디지털 사진 전문가로 전국적 명성을 얻고 있는 사람이 있다.

대전시 서구 용문동에서 '사진골' 이란 디지털 스튜디오를 운영하고 있는 이인선 (李仁善.52) 씨. 다친 허리 때문에 엎드려 일하는 그의 손놀림에 따라 컴퓨터 모니터상의 사진이 새로 태어난다.

李씨의 특기는 훼손된 사진의 복원 및 합성. 80여년이 넘어 색이 바래고 곳곳이 구겨져 얼굴을 잘 알아볼 수 없는 사진도 그의 손을 타면 마치 오늘 찍은 듯 생생하다.

눈을 감은 채 찍힌 사람도 그의 작업을 거치면 눈을 뜨고, 결혼식 사진이 없는 사람은 명함판 사진 두 장만 있으면 우아한 신랑.신부로 감쪽같이 변신한다.

李씨가 이런 경지에 도달할 수 있었던 것은 그의 끈질긴 의지와 생에 대한 애착 때문. 회사원으로 화목한 가정생활을 하던 그에게 비극이 생긴 것은 33세 때인 19년전. 사고 후 처음 2년간은 식물인간으로 꼼짝 못하고 누워있다가 다소 상태가 좋아지자 독학으로 공부하며 동양화 제작에 나섰다.

그러나 다친 허리는 그림을 그리는데 지장을 주었다.

한창 작품을 그리는데 불쑥 찾아오는 통증으로 붓이 흔들려 마무리를 지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고심하던 차에 5년 전 디지털 사진 기술이 나오자 李씨는 바로 이 분야에 뛰어들었다.

통증이 와도 그림처럼 작품을 버리는 게 아니라 잘못된 부분도 얼마든지 재작업이 가능했다.

게다가 그림그리며 얻은 색채감각도 큰 도움이 됐다.

점점 뛰어난 실력을 보이자 그의 이름은 디지털 사진업계에 빠른 속도로 퍼져나갔다.

서울.부산.진주 등 전국에서 훼손된 사진의 복원 등을 요청하는 주문이 잇따랐다.

디지털 특성상 통신으로 파일을 받아 수정작업을 한 뒤 통신으로 보내주면 작업이 끝나는 점도 장애인인 그에게는 안성맞춤이었다.

李씨는 "장애인으로 동정받기보다 1백% 환불 보증 등 품질에 최우선을 둔 것이 신뢰를 받은 것 같다" 며 "앞으로 디지털 작업의 노하우를 담은 책을 펴낼 계획" 이라고 밝혔다.

대전 = 이석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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