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명예로운 대우처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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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대우그룹 12개 주력기업들에 대한 워크아웃은 대우위기가 심화되면서 오래전부터 예상된 일이다.

처음에는 대우의 단기유동성 불안에 머물던 문제가 사실상 부도로 협력업체의 줄도산 등 실물경제의 붕괴까지 우려되면서 마지막 카드를 던지고 만 것이다.

이로써 대우기업들은 일단 생산과 영업의 정상화가 가능해져 한숨 돌리게 됐으나 더 일찍 워크아웃 조치를 취하지 않은 점은 아쉬운 대목이다.

모든 부실정리가 마찬가지듯 가능한 한 신속한 조치가 최선이며 기왕 워크아웃을 염두에 두었다면 때를 놓치지 말고 실행에 옮겨 시장의 불투명성을 제거했어야 했다.

대우그룹의 워크아웃으로 채권금융기관들은 추가대출, 부채탕감, 출자전환 등의 부담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현재로서는 부실의 규모도 가늠키 어렵거니와 이 모두가 공적자금의 투여와 연계되게 돼있다.

정부가 워크아웃을 머뭇거린 배경도 '밑빠진 독' 처럼 부실을 메워넣게 됐을 때 그 뒷감당과 여론의 특혜시비가 두려웠을 것이다.

앞으로 대우 처리과정 중 금융.실물부문의 안정이 우선이긴 하나 공적자금 투여의 최소화도 중요한 처리기준이 돼야 할 것이다.

대우의 워크아웃은 불가피한 선택이지만 어디까지나 응급처치일 뿐 만병통치약은 될 수 없다.

우선은 워크아웃에 대한 대외채권단들의 향배가 관심사다.

일단 정부조치에 동의를 나타냈으나 워크아웃이 아니면 공멸 (共滅) 의 수순밖에 없다는 데서 교섭력을 강화해 나가야 한다.

또한 정부는 워크아웃 기업들의 자산실사를 서두르는 것은 물론 워크아웃에서 제외된 나머지 기업들도 독자생존이나 합병.매각이 여의치 않으면 법정관리 등을 통해 신속히 처리해 나가야 할 것이다.

대우 자신의 책무도 무겁다.

특히 김우중 (金宇中) 회장의 잦은 해외출장과 자구 (自救) 노력 지연이 논란을 빚어 안타까움을 더하고 있다.

퇴출기업의 문제는 으레 임자없는 회사로 전락, 부실덩어리가 커지고 부실화도 급속히 촉진된다는 점이다.

경영진들조차 책임감과 자존심을 쉽게 저버린다.

'버리는 게 얻는 것' 이듯 金회장과 '대우인 (人)' 들이야말로 명예를 걸고 질서있는 구조조정과 경영정상화에 배전의 분발을 보여줘야 한다.

그럼으로써 부실경영으로 국민들에게 초래한 빚을 조금이라도 덜고 세계경영을 했던 한국의 대표적 기업을 이끌고 몸담았다는 부끄럽지 않은 평가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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