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내각은 다이어트 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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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은 2007년 취임 직후 ‘슬림 내각’을 꾸리겠다고 발표했다. 그의 말대로 내각의 규모가 절반으로 줄기도 했고 장관들의 몸매도 날씬해졌다. 사르코지 대통령이 취임 후 2년여 동안 꾸준한 운동으로 살을 뺀 뒤 내각에 다이어트 열풍이 불고 있는 것이다. 르 파리지앵은 6일 “풍채 좋은 사람들이 장관직에 어울린다고 믿는 시대는 지나갔다”면서 “현재 프랑스 내각은 역대 최고 슬림 내각”이라고 보도했다.

사르코지가 다이어트에 들어간 건 2007년 여름, 그가 미국 휴가지에서 나룻배를 타고 있는 사진이 잡지에 실리면서부터다. 이때 옆구리 살이 나왔던 게 웃음거리가 되자, 그는 거의 하루도 거르지 않고 조깅을 했다. 그 덕분에 2년 동안 7㎏ 감량에 성공했다.

사르코지는 주변 사람들에게도 “살 좀 빼라”고 잔소리를 한다. 살찐 사람은 건강하지도 부지런하지도 않다는 믿음을 갖게 됐기 때문이다. 4월에 입각설이 돌던 한 의원에게는 “장관이 되려면 살을 먼저 빼라”고 얘기했다고 한다. 이런 말이 돌자 장관들도 자진해서 살 빼기에 들어갔다. 프랑수아 피용 총리는 틈나는 대로 총리실 내에 있는 헬스클럽을 찾는다. 크리스티앙 에스트로지 산업장관은 지난 여름 한 번에 15㎞씩 주 3회 산악 달리기를 했다고 한다. 브리스 오르트푀 내무장관과 에릭 베송 이민장관, 에르베 노베이 상무장관은 음식 조절로 살을 빼고 있다. 이전에 많이 먹던 치즈의 양을 줄였다고 한다.

대통령 공식 만찬의 상차림도 크게 달라졌다. 미식가인 자크 시라크 전 대통령은 전식과 본식, 후식, 치즈까지 푸짐한 식단을 즐겼다. 술도 샴페인부터 화이트·레드 와인에다 종종 일본 청주까지 냈다. 그러나 지금은 전식과 디저트, 치즈는 생략한다. 본식도 고기 대신 생선과 야채가 주종을 이룬다. 일부 장관의 경우 별도의 저칼로리 식단을 주문하기도 한다. 와인은 식탁에 오르지만 술을 전혀 마시지 않는 사르코지를 따라 장관들도 물만 마시는 경우가 많아졌다.

파리=전진배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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