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lose-up] ‘디자인 2.0’ 사이버 학교 연 김영세 이노디자인 대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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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김영세 이노디자인 대표가 서울 논현동 자신의 사무실 대형 모니터에 비춰진 웹사이트 ‘디자인 2.0’의 초기화면 앞에 앉아 있다. [김태성 기자]

이노디자인 김영세(59) 대표는 1975년 미국 유학차 로스앤젤레스에 도착했을 때 이렇게 다짐했다. “언젠가 성공하면 한국에 디자인이 뿌리내리도록 디자인 학교를 만들어야지.” 세계적인 명성을 얻은 지금, 그는 34년 된 꿈의 실현에 나섰다. 바로 최근 만든 웹사이트 ‘디자인 2.0’(www.designtwopointo.com)을 통해서다.

6일 서울 논현동 이노디자인 사무실에서 그를 만났다. 김 대표는 “학교 캠퍼스는 만들 때 따로 만들더라도 일단 국경이 없는 사이버 디자인 학교를 먼저 만들어야 한다고 느꼈다”며 “디자인 2.0은 신진 디자이너들이 가장 목말라하는 실전 경험을 익힐 수 있는 곳”이라고 말했다.

그래서 디자인 2.0엔 ‘5분 컨설팅’이란 코너가 있다. 김 대표에게 디자인과 관련된 고민을 담은 질문을 던지면 김 대표가 5분의 시간을 들여 핵심을 콕 찍어 답해주는 곳이다. “질문이 폭주해 너무 바빠지면 어떻게 하느냐”고 물었다. 그는 “일이 아니라 즐거워서 하는 것이다. 내가 던진 아이디어가 어떻게 다른 사람에게 도움을 줘 결과물로 연결되는지가 재미있다”고 했다. “다른 시간을 쪼개서라도 사이버 컨설팅을 최우선 순위로 삼겠다”는 답이다.

질문은 신진 디자이너들뿐 아니라 기업들도 할 수 있다. 그는 “잘못된 디자인을 골랐을 때 기업에 미칠 피해는 크다”며 “하지만 중소·벤처기업들이 이노디자인을 활용하기엔 문턱이 높다는 오해가 있어 이들의 고민을 사이버 공간에서 자유롭게 5분간 해결해 주겠다는 차원”이라고 설명했다.

자신의 ‘냅킨 스케치’들도 사이트에 올려 신진 디자이너들과 공유할 예정이다. 호텔이나 비행기 안, 카페에서 번뜩이는 생각이 떠오를 때마다 냅킨을 달라고 해 그린 것들이다. 그렇게 그린 냅킨 스케치 중에는 대박을 터뜨린 최종 제품으로 발전된 것도 꽤 있다(그는 『12억원짜리 냅킨』이란 책을 내기도 했다). 자신이 던지는 화두를 이어받아 번득이는 컨셉트로 개발할 신진 디자이너를 찾겠다는 것이다. 이 냅킨 스케치들을 모두 제품으로 연결하려면 500명의 디자이너를 고용해도 모자란다.

이노디자인이 중국 베이징·한국 서울·미국 실리콘밸리에서 고용하고 있는 디자이너는 50여 명. 사이버 공간을 이용하면 이 틀을 깰 수 있다. 웹을 통해 젊고 신선한 디자이너들을 찾아 나서겠다는 것이다.

“제2의 김영세를 웹으로 길러 내겠다는 컨셉트로 디자인계에 돗자리를 깔았다고 보면 된다”고 그는 강조한다. “이런 웹사이트는 국가적으로도 필요한 시점”이라고 덧붙였다. “디자인에 대한 이야기는 팽배하지만 배출 시스템은 달라지지 않았기 때문”이란다. 그가 보기에 대학에서 디자인을 전공한 국내 젊은이들은 폭발적으로 늘었으나 이들을 받아줄 산업적 기반은 그리 넓어지지 않았다.

웹사이트는 이달 안에 영문으로도 오픈한다. 한국은 물론 전 세계적으로 훌륭한 디자이너를 발굴, 육성하기 위해서다.

김 대표는 “디자인 2.0에서 김영세 디자인의 비밀이 세상에 노출되는 것”이라며 “언제 어디서나, 누구와 함께 나의 디자인 노하우를 나누겠다는 차원”이라고 말했다. 이는 ‘디자인은 나눔(Design is sharing)’이라는 그의 평소 신조와도 일맥상통한다. 디자이너가 만든 작품은 디자이너의 것이 아니라 그것을 쓰는 수백만 소비자의 것이란 얘기다.

최지영 기자, 사진=김태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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