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하 4개단체 해체 등 세종문화회관 구조조정 몸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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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세종문화회관 (총감독 이종덕) 이 재단법인 출범 2개월만에 '구조조정' 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최근 세종문화회관이 산하 9개 예술단체 중 오페라단.극단.청소년교향악단.소년소녀합창단을 해체하고 나머지 교향악단.무용단.국악관현악단.뮤지컬단.합창단도 오디션을 통해 '필수 정예단원 위주' 로 운영하겠다는 방침이 알려지자 단원들이 크게 반발하면서 오디션에 불참하겠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것.

이종덕 총감독은 최근 모든 단원들에게 편지를 보내 오디션 계획을 통보하면서 "국내에도 작품별 오디션이 정착돼야 한다" 는 소신을 밝힌 바 있다.

극장측은 오페라단 등 4개 예술단체를 해체하기로 결정한데 대해 상근 단원이 없고 공연실적이 저조하다는 이유를 들고 있다.

하지만 이번 '구조 조정' 을 '이종덕 사단 굳히기' 로 보는 시각도 있다.

기획.홍보 등 상근 직원 2명에 불과한 시립오페라단 (단장은 공석 중) 의 간판을 굳이 내리려는 것은 지난 97년까지 예술의전당에서 이종덕 총감독과 호흡을 맞춰온 조성진 (오페라 연출가) 공연부장이 직접 오페라를 제작하려는 '개인적인 욕심' 때문이라는 것. 서울시립오페라단은 85년 창단 이래 국내 초연작만 해도 10개가 넘는 등 의욕적인 레퍼토리를 선보여왔다.

연간 2억8천만원의 예산으로 3천만원 이상의 수입을 올리고 있어 재정자립도 (10%) 도 교향악단 (5%) 보다 훨씬 높다.

극장측은 공연부 주도로 민간오페라단의 대관 및 공동제작을 통해 오페라 공연을 늘릴 계획. 하지만 지금까지 시립오페라단의 성격과 상업성 위주의 레퍼토리 선정으로 일관해온 국내 민간오페라단이 추구하는 방향은 다를 수 밖에 없다는게 음악계의 여론이다.

한편 오는 10월로 예정된 오디션은 연봉제 실시를 통해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것이라지만 단원들은 상근 단원을 최소화해 인건비를 줄이기 위한 것이라고 말한다.

또 극장측의 설명대로 공연에 임박해 작품의 규모에 따라 모자라는 단원을 객원으로 충당한다면 앙상블 능력의 저하가 크게 우려된다는 것. 李총감독은 "구조조정 없이는 예산확보도 불가능하다" 며 "각 산하단체로 분산된 기획 기능을 공연부로 통합해 불필요한 인력을 줄일 방침" 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박수길 국립오페라단장은 "공연부의 위상을 높이려면 차라리 전문가 출신의 예술감독을 영입해 전권을 부여해야 한다" 며 "총감독은 예술단체 위에 군림할 것이 아니라 각 단체의 자율성과 창의성을 존중해주고 는 행정 업무에 전념해야 한다" 고 말했다.

이장직 음악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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