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택시기사·20대회사원 인터뷰 요청 'OK'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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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6면

뉴스가 '드라마' 라면 인터뷰는 '캐스팅' 이다. 뉴스 제작에서도 어려운 게 바로 이 '캐스팅' 이다.

특히 인터뷰가 전문가가 아닌 일반시민을 상대로 했을 땐 진행이 간단치 않다. 그냥 질문할 땐 대답이 줄줄 나오던 아주머니들도 카메라만 들이대면 한결같이 손을 내젓는다.

이럴 때 기사마감이 임박한 방송 기자는 입안이 쩍쩍 마른다. 때문에 인터뷰에선 '타깃 설정' 이 중요하다.

"인터뷰 대상을 잡을 때부터 노하우가 필요하다" 는 게 일선 기자들의 답변이다. 먼저 인터뷰에 가장 적극적으로 응하는 대상은 남자 대학생이다. 성공률이 거의 1백%에 가깝다. 여학생은 조금 다르다.

혼자서 걸어가는 여대생에게 카메라를 들이밀었을 때 확률은 반반이다. 하지만 여대생 3명이 무리지어 있을 땐 얘기가 달라진다. 서로 미루다가 결국 2명이 나머지 1명을 밀어준다는 것. 이런 경우도 성공률은 1백%다.

외모만 보고 성공률을 판단할 수도 있다. '부티' 나는 할머니는 흔쾌히 응하는 경우가 많다. 또 40대 중반에서 50대 초반으로 보이는 말끔한 정장 차림의 회사원들도 약 80%로 성공률이 높다.

"이들은 주로 혼자 있을 때 성공률이 더 높다" 는 게 KBS 보도국 김원장 기자의 설명이다.

또 기사 성격에 따라 공략 대상이 달라지기도 한다. 비판적인 성격의 기사일 땐 갓 입사한 20대 회사원이 적격이다. 아직 사회에 물들지 않은데다 비판 정도가 취재기자가 원하는 수위일 때가 많기 때문.

물론 직종과도 관련이 깊다. 주로 교사.공무원.경관.군인 등은 인터뷰하기 힘든 대상으로 꼽힌다. 일단 인터뷰에 응하면 상부에 보고해야 한다는 내부 규정 때문이다. 또 언론에 민감한 조직인 만큼 자칫 손해볼 일은 하지 않겠다는 식이다.

이에 반해 택시 운전사들은 인터뷰의 '단골 손님' 이다. 여러 분야, 여러 계층의 사람들을 접하는 만큼 사회에 대한 관심도 크다.

특히 택시 정류장에서 손님을 기다리는 경우엔 '십중팔구' 라는 것. 이밖에 장소도 중요한 요소다. 지하철역이나 학교 앞은 인터뷰가 쉽게 이루어지는 반면 시장이나 백화점 등은 만만치 않다.

특히 생활관련 뉴스 등 아주머니를 대상으로 한 인터뷰가 어렵다고 한다. 아예 쳐다보지도 않는 경우가 많으며 인터뷰를 하다가 몇 번 실수라도 하면 뒤도 돌아보지 않고 줄행랑을 놓는 사람도 많다.

백성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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