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가 있는 아침] 고려 김극기 '백령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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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드높은 공중 몇 번이나 노한 듯 날라왔느뇨

절해고도 맴돌아 잠시 갈 길 잊었네

네 신선 간 뒤 알아줄 이 없으니

공연스레 좋은 옷 입고 석양에 있네

- 고려 김극기 (金克己.?~?) '백령도'

고려 명종시대의 음유시인이었다.

입만 열면 시가 줄줄이 나오고 붓만 잡으면 절구와 배율이 샘물처럼 솟아났다 한다.

고려 삼천리강산 여기저기를 떠돌며 노래하고 있으니 어찌 서해 백령도를 마다하리. 오늘날 서해5도의 긴장이야 뒷날에는 웃음거리일 것이고 다시 고려시인의 노래가 살아나리라.

고은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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