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내수 불지피기' 안간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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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중국이 내수진작을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아시아 금융위기 이후 수출이 무너지고 대규모 재정투자마저 별 효험이 없자 마지막으로 소비를 부추겨 올해 7%의 경제성장을 이끌어내려는 것이다.

중국 국가발전계획위원회는 이달초 국내소비를 진작시키기 위한 12대 정책을 밝혔다.

대학입학 정원확대에서 공무원 임금인상, 국채발행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내용이다.

96년 인플레를 진정시키는 연착륙에 성공한 이후 중국 경제의 목표는 '지속적인 건강한 경제성장' .그러나 국내총생산 (GDP) 성장의 20%대를 차지하던 수출이 지난해엔 10%대로 급감했다.

수출의 60% 이상을 차지했던 동남아국가들이 금융위기로 구매력을 잃어버린 게 큰 원인이었다.

올들어 1~7월 수출액은 지난해에 비해 2.8% 줄었다.

수출보조금까지 주어가며 독려하지만 효과는 시원찮다.

따라서 중국은 지난해 1천억위안의 추가 국채발행 등 적극적 재정지출로 수출부진을 메워보려했다.

그러나 재정적자 폭만 크게 늘었을 뿐 지난해 경제성장 목표 8%의 달성엔 실패했다.

이 때문에 중국은 올해 내수 진작에 매달리게 된 것이다.

위안화의 평가절하는 득보다 실이 더 많을지 모른다는 두려움도 있어서다.

중국 당국은 올여름 치러진 대학입시의 입학정원을 33만1천명이나 늘렸다.

대학생 1인당 연평균 교육소비가 1만5천위안 가량이니 약 50억위안쯤 소비가 늘 것이란 계산에서다.

10월 1일 건국 50주년을 기해선 공무원 1천1백만명의 임금이 인상된다.

인상폭은 40% 이상이라고 한다.

'돈이 있어야 쓰지 않겠느냐' 는 베이징 (北京) 대 경제학자 샤오줘지 (蕭灼基) 교수 등의 주장에 따른 것이다.

중국 당국은 공무원 1인당 평균 1백20위안씩 임금을 인상하면 월평균 1백60억위안씩 소비가 늘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중국은 지난 6월 일곱번째 금리인하를 단행했다.

은행에서 돈을 끌어내려는 것이다.

그러나 최근 금리인하설이 또다시 꿈틀거린다.

주식 붐도 조장하는 눈치다.

인민일보가 지난 6월 주식투자를 자극하는 글까지 싣는 '사건' 도 발생했다.

그러나 이같은 중국의 소비 진작 노력이 과연 얼마나 효험을 거둘지는 미지수다.

라오바이싱 (일반인.老百姓) 들이 여간해선 돈주머니를 풀려하지 않는 것이다.

가장 큰 이유는 미래에 대한 불안감이다.

개혁과 발맞춰 샤강 (下崗.정리휴직) 이 늘고 있다.

언제 직장을 그만둘지 모르는 상황이다.

둘째는 사회보장체계의 미비다.

공짜나 다름없는 집이나 공비 (公費)치료제도가 사라지면서 미래에 대비한 저축이 절실해진 것이다.

그러나 중국 경제 전반에 대한 불안감이 근본적인 이유라고 할 수 있다.

이런 이유로 돈이 생기면 은행부터 찾는 게 중국인들이다.

1~5월 사이 예금이 5천억위안 늘어 민간 저축고는 현재 6조위안을 기록 중이다.

민간이 집에 쌓아놓은 돈만도 1조위안이 넘어선다.

그래설까. 각종 내수진작책에도 불구하고 22개월째 물가는 떨어지는 추세다.

고평가 (?) 된 위안화 덕에 수입 원자재 값이 상대적으로 싸진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베이징 = 유상철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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