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 코드] 8. 최초의 인류학자 헤로도토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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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헤로도토스의 위대함은 끝없는 호기심에 있다. 그는 오로지 자신의 호기심을 풀기 위해 외국을 여행했다. 당시의 다른 여행객들이 장사나 유학을 위해 여행을 했던 것과는 대조된다.

▶ 보드룸에 세워진 헤로도토스 상.

그가 만난 대부분의 이방인 민족들은 그리스인과 달리 신화를 가지고 있지 않았다. 그래서 헤로도토스는 그 민족의 역사와 종교를 알기 위해 사람들에게 직접 물어보거나 그들의 생활 방식을 관찰하거나 아니면 무덤이나 유물을 살피는 등 직접 조사를 해야 했다. 따라서 헤로도토스의 '역사'는 현지 조사 방법을 통한 최초의 문화인류학 보고서인 셈이다.

헤로도토스가 후대에 끼친 영향은 크다. 그리스인들은 그의 책을 통해 이방인들의 낯선 생활 방식, 관습, 전설을 접하게 되면서 자신들의 신화와 전통에 대해 의심을 품게 되었다. 이는 곧바로 그리스 문명의 바탕을 흔들어 놓아 기원전 4세기의 코스모폴리턴적 헬레니즘을 낳기에 이른다.

헤로도토스의 역사는 그가 기록하지 않았더라면 영원히 우리가 알 수 없었던 수많은 민족의 문화와 풍습을 담고 있는 인류 최고의 인류학 보고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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