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적 장애 모녀를 동네 남자 여럿이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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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적 장애인 제자가 성폭행당한 사건의 해결에 나섰다가 현실에 절망한 초등학교 교사의 글이 지난달 말 인터넷에 올라 네티즌의 공분을 사고 있다. ‘조두순 사건’으로 사회적 충격과 분노가 가시지 않은 가운데 올라온 글이어서 파장이 커지고 있다. 10만 건이 넘는 조회수에 1500여 건의 댓글이 달린 이 글을 네티즌은 ‘제2의 조두순 사건’ 또는 ‘은지 사건’으로 이름 붙이고 조속한 해결을 촉구하고 나섰다.

해당 글이 인터넷에 올라온 것은 지난달 30일. 경북 포항의 초등학교 교사인 김모(37·여)씨는 ‘조두순 사건’이 사회 문제화된 뒤 인터넷 포털 ‘다음’의 아고라 게시판에 글을 올렸다.

김 교사는 “성폭행을 당한 우리 반 아이를 보호하려고 할 수 있는 한 최선을 다했지만 해결이 안 됐다”고 강조했다.

김 교사는 지난해 1월 지적 장애가 있는 은지(가명·당시 11세)양 모녀가 동네 아저씨와 중·고생 등 5∼6명으로부터 지속적으로 성폭행당한 사실을 알고 놀랐다. 이 중 40대 버스기사는 은지 모녀를 성폭행했다는 것이다. 김 교사는 사건 해결을 위해 여성회, 아동보호센터, 경찰서, 성상담소, 전교조, 장애인 부모연대를 찾았고 심지어 창원에서 열린 세계인권대회장을 찾아 여성단체 관계자들까지 만났다고 적었다. 청와대에도 민원을 올렸다고 했다. 그러나 돌아온 것은 ‘문제교사’라는 낙인이었고, 허술한 사회 안전망과 무관심에 좌절감을 느껴야 했다고 토로했다.

김 교사는 또 “조두순은 증거가 남아 있어 범인을 검거할 수 있었기에 12년 형이라도 받은 것”이라며 “바닷속에 잠긴 거대한 빙산처럼 많은 성범죄 사건이 피해자만 울리고 없었던 일로 사라진다”고 지적했다. 기자가 5일 오후 김 교사와 통화를 시도했으나 그는 휴대전화를 받지 않았다.

이와 관련, 경북도교육청 담당 장학사는 “은지는 해당 사건이 알려진 직후인 지난해 2월 대구로 옮겨 심리치료를 받은 뒤 다른 초등학교로 전학해 올 초 졸업했다”며 “지금은 중학교에 잘 다니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경찰은 지난해 이 사건을 신고받고 수사에 나서 모녀를 함께 성폭행한 40대 버스기사를 구속했다. 그러나 가해자로 지목된 5∼6명에 대해서는 성폭행 혐의를 밝혀내지 못했다.

대구=송의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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