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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홈런왕'이승엽.맥과이어.왕정치 고교땐 투수로 명성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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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3면

"가장 멋진 폼으로 공을 던지는 선수가 가장 화려한 스윙을 한다. " 연일 홈런신기록을 경신하고 있는 '라이언 킹' 이승엽 (삼성) .홈런 70개로 시즌 최다홈런을 기록, 야구의 역사를 새로 쓴 '빅맥' 마크 맥과이어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 .통산 8백68개의 홈런으로 전세계 홈런 신기록을 작성한 일본의 오 사다하루 (왕정치.전 요미우리).

이들은 홈런왕 이외에도 중요한 공통점이 있다. 전도유망한 투수로 한창 주가를 높이던 때에 타자로 전향했다는 점이다.

▶이승엽

경북고 시절 팀의 에이스로 활약했고 고2 때 청룡기대회에서 우수투수상을 따내며 팀을 정상으로 이끌었다. 삼성에 입단해 팔꿈치수술을 받고 잠시 타자로 전향했다가 엄청난 소질을 보이며 홈런타자로 발돋움했다.

▶맥과이어

고교시절 팀의 에이스로 활약, 몬트리올 엑스포스에 투수로 지명되었으나 계약금이 적어 대학에 입학한 후 타자로 전향했다. 맥과이어는 82년 남가주대 신입생으로 방어율 3.03에 4승4패라는 좋은 성적을 거뒀고 타자로서는 타율 0.200에 그쳤으나 알래스카 여름리그에 참여했다가 천부적인 스윙폼과 힘에 반한 타격코치의 유혹에 전업을 결정했다.

맥과이어는 "5일에 한번 등판하는 투수보다 매일 경기하는 타자가 더 마음에 든다" 며 본격적으로 방망이를 잡았고 대학 2학년 때 19홈런, 3학년 때 32홈런을 펑펑 때려내 대성공을 거뒀다.

▶오 사다하루

고교시절 와세다실업학교를 고시엔대회에서 우승시킨 화려한 투수였다. 오 사다하루는 고교시절 강속구와 각도 큰 커브로 노히트노런을 기록했고 스카우트 파동을 일으키며 요미우리 자이언츠팀에 입단했으나 정작 팀 코치들은 "볼끝이 프로에서 통하지 않을 것 같다" 며 평가절하했다.

고교시절 간간이 홈런을 기록했던 그는 스프링캠프에서 타자 중 가장 멀리 공을 날렸고 타자로서 일본과 대만에서 훈장을 받을 정도로 대성했다.

▶이유

김성근 전 쌍방울 감독은 "투수들은 기본적으로 러닝을 많이 해 하체가 튼실하다. 따라서 타자로 전향하면 장거리타자로 성공할 가능성이 크다" 고 분석했다. 게다가 어린 시절 야구에 소질이 있는 선수들이 투수를 하기 때문에 이들의 재능이라면 타자전향도 용이하다.

김감독은 "공을 멀리 던질 수 있는 선수는 공을 멀리 칠 자질을 갖춘 것으로 보면 된다" 며 "투수를 해 본 타자가 투수와 싸워 이길 수 있다" 고 덧붙였다.

성호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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